한강변 노후 주거단지의 재건축 층수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때 추진했던 최고 70층 수준보다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배후주거 단지의 조망권 확보와 다양한 도시경관 조성을 위해서다. 일괄적인 초고층 재건축보다는 저·중·고층을 고르게 배치하는 방식의 층고구성(스카이라인)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오 전 시장의 역점사업이었던 ‘한강 르네상스(한강변 포괄개발계획)’의 중요 컨셉트를 바꾸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오 전 시장은 용적률 인센티브를 줘서 초고층으로 건물을 올리는 대신 공원 등 공공시설을 기부채납하도록 한 방식이었다. 배후단지 조망권은 고층건물 사이로 보장하고, 한강 접근로를 확보하는 게 주요 개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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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 및 도시계획 전문가 들은 29일 가진‘한강 정책투어’에서 고층 아파트 일변도의 현행 한강변 개발 방식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강변 획일적인 고층 개발 중단

한강 정책투어에서 발제자로 나선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수변부(한강변)는 중저층으로, 이면부(안쪽)는 중고층으로 배치해 남북 방향의 생태축과 녹지축, 바람길(통경축) 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포와 이촌동 일대의 고층부를 제한해 위압감을 주지 않도록 도시경관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구체적인 사례도 언급했다.

이날 참석한 이제원 도시계획국장도 “1970년대 전후로 아파트가 들어섰던 지역들을 재개발해야 하는 시점에 와있다”며 “현실적으로 사유화된 주거공간이긴 하지만, 이 시점을 놓치면 (도시계획을) 회복하기 어렵다”며 조 교수의 발언에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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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이 같은 방안은 최근 도시계획심의가 잇따르고 있는 한강변 반포 일대 재건축 추진 아파트 단지들을 대상으로 우선 적용될 방침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들 및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서울시의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동향을 고려할 때, 앞으로 최고 높이 35~40층 이상의 건축허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배후 단지의 조망권과 단위 면적당 조합원들이 감내할 수 있는 건축비 등을 고려하면 최근 주택정책실을 통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 올라오는 한강변 아파트들의 재건축안은 35층을 넘지 않았다”며 “반포 일대가 자유로운 스카이라인 조성을 추진하면서 재건축 방식을 접목하는 첫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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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압구정 등 당장 영향 받을 듯

압구정·여의도·반포 등 서울 한강변 10개 전략·유도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의 재건축 추진 단지들은 오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 전략에 따라 기존 계획보다 층수를 높이면서 재건축 일정이 늦춰져왔다. 그러나 서울시가 새로운 ‘수변경관 관리방안’을 내놓으면 이에 맞춰 다시 층수를 대폭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강변과 맞닿은 신반포1차가 대표적인 경우다. 최근 49층 재건축안을 추진해온 이 단지는 서울시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35층 이하로 계획을 다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신반포1차는 작년에 용적률 300%를 적용해 최고 35층 높이의 재건축안을 승인받았지만 ‘한강 르네상스’ 사업 취지에 따라 61층으로 재수정안을 내놓았고 시장이 바뀐 이후 보류 결정을 받았다.

40~50층 높이로 재건축을 추진해온 압구정 1~3구역 아파트들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층수는 낮아지고 기부채납 비율이 올라가면 사업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어 주민 반발이 예상된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