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 열린 ‘고졸 인재 잡 콘서트’는 23일 행사 시작 1시간 전부터 20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는 등 하루 종일 몰려든 인파로 대성황을 이뤘다. 학생들은 한결같이 “참가 기업이나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개막 시간인 오전 10시보다 미리 학생들이 몰리면서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자가 100m 이상 길게 늘어섰다. 교복 차림의 ‘고졸 인재’들은 인솔 교사와 함께 와서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며 입장을 기다렸다.

오전 9시부터 기다렸다는 장선우 양(18·매향여자정보고3)은 “상담부스에 다른 학생보다 먼저 앉고 싶어서 일찍 왔다”고 말했다. 함께 온 이아영 양(18)이 “일찍 준비해야 더 앞서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거들었다.

매향여자정보고 학생 81명을 인솔해온 김숙경 교사(49)는 “일정표를 보니 상담뿐 아니라 채용설명회 등 각종 행사가 많고 우수한 대기업도 많이 유치했다는 걸 느꼈다”며 “좋은 행사라 최대한 많이 배우고 가기 위해 일찍 왔다”고 말했다.

박지영 양(18·동구마케팅고3)은 “막연히 알고 있던 기업들에 대해 한 장소에서 자세히 알아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김예본 양(18)도 “취업에 대해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보다 훨씬 자세히 배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취업정보에 그치지 않고 큰 ‘+α’를 얻었다는 학생도 있었다. 이혁준 군(18·경기기계공업고3)은 “오전에만 10군데 상담부스를 둘러봤는데 인사담당자들이 사회생활 경험에 대해서도 얘기해줘 상식을 많이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관심 있는 기업 상담관을 방문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학생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최근 고졸 채용 계획을 밝힌 SK와 삼성, 고졸자와 대졸자 간 차이를 없애기로 한 대우조선해양 등이었다. 남학생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 제조업 쪽에 많이 몰린 반면 여학생들은 금융권 부스를 먼저 찾았다.

학교 차원에서 교사가 인솔해 온 경우도 많았다. 이날 단체로 참가한 학교는 경기상고 600명, 부여정보고 417명, 경기운정고 320명, 인천디자인고 300명, 수원농생고 324명 등 36개교 6000여명이었다.

교사나 진학지도원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부안여상에서 학생들을 인솔해 온 김수정 교사(39)는 “학교가 지방이다 보니 기업에 대한 정보가 충분치 않은데 이곳에서 많이 탐색하고 있다”며 “앞으로 이런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라 부천공고 취업지원관(29)은 “학교에서는 취업에 대해 설명해도 학생들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잡 콘서트에서 설명을 들으면 다르다”며 “인사담당자를 직접 만나보는 것 자체가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연 안산공고 교사(40)도 “최근 채용면접을 하는 다른 취업설명회를 다녀왔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됐다”며 “상반기에는 학생들도 준비가 덜 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설명회가 더 낫다”고 평가했다.

제주도에서도 행사장을 찾았다. 박민희 제주교육청 취업지원센터 취업지원관(32)은 “다른 박람회는 채용까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정보가 별로 없는데 이번 잡 콘서트는 많은 것 같다”며 “앞으로 취업하기 위해 뭘 준비해야 할지 정보를 모아서 제주도 학생들에게 전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곳곳에서 고졸 인재들의 끼를 발산하는 다양한 이벤트도 열렸다. 오전 10시30분과 오후 3시에는 ‘이벤트홀’에서 패션디자인 전문고 학생들이 디자인한 옷으로 패션쇼가 열렸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교생들이 직접 창작한 의상을 모아 국내 최초로 개최하는 행사”라고 사회자가 소개하자 박수가 쏟아졌다. 모델들은 예일디자인고 세그루패션고 서울디자인고 성동글로벌경영고 서울공고 인천디자인고 등 6개교 학생들이 디자인한 옷 34벌을 선보였다. 낮 12시30분과 오후 2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대동세무고 댄스동아리 ‘DD’의 축하공연이 열렸다. 9명의 학생이 고교생 특유의 발랄함이 담긴 춤을 보여줬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