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운영한 프라이빗 에퀴티(PE)인 베인 캐피탈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PE는 증권시장 등 공개시장이 아닌, 기업 경영진과 협상해 지분을 인수하고 3~5년간 경영을 정상화하고 나서 이를 되팔아 차익을 챙기는 자금이나 회사를 말한다.

어려운 회사를 인수해 구조조정을 거쳐 비싼 값에 되판다는 의미에서 워런 버핏식 '가치투자' 같기도 하지만 '먹튀'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측이 '일자리 킬러(뱀파이어)'로 규정하고 죽은 고기만 먹는 독수리에 비유되기도 하는 등 롬니가 대선전에 나서고부터 곳곳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반면 롬니 캠프는 이 회사가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그 경영 경험이 경제를 살릴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런 공격은 '불공정하다'(unfair)고 지적하는 오바마 측근도 있다.

미국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베인 캐피탈에 쏟아진 9대 거친 공격을 소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베인에 대한 공격이 정당했다고 방어하면서 "어떻게 경제를 살릴 것이냐에 대한 답이 '투자자들에게 돈 벌어주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라면,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인 경영 경력을 '대통령의 자격'으로 내세우는 롬니를 깎아내린 것이다.

앞서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1월 "..롬니와 베인은 '벌처 자본주의'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벌처 펀드는 부실 자산을 싼값에 사서 가치를 올린 뒤 되팔아 차익을 내는 투자신탁 기금으로, 화전(火田, slash-and-burn)을 일구듯 구조조정을 빌미로 무자비하게 직원만 대량 해고하고 나서 팔아치움으로써 '먹튀' 오명도 항상 따라다닌다.

공화당 경선후보였다가 중도 하차하면서 '롬니가 오바마보단 낫다'는 식으로 화끈한 지지선언을 하지 않은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독침을 날렸었다.

그는 1월 "자유시장을 신봉하지만, 부유층이 영리하고 합법적으로 기업을 약탈하고 1천700가족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베인이 합병해 결국 파산에 이르게 한 GST스틸의 근로자였던 조 솝틱이 광고에 나와 한 발언도 '독설 랭킹 4위'에 올랐다.

솝틱은 "베인은 돈을 가능한 한 빨아간 뒤 문을 닫아버렸다.

그들은 가족이나 지역공동체에 대한 관심은 전혀 없이 파산시켰다"며 "마치 오랜 친구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것을 보는 듯했다"고 털어놨다.

조 바이든 부통령도 롬니 등이 전혀 다른 규칙을 썼고 중산층을 무너뜨렸다며 "(롬니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과거는 서막에 불과하다"고 거들었다.

오바마 측은 최근 암패드 공장 근로자 제리 레이번을 내세운 광고를 선보였다.

레이번은 "우린 돈을 벌고 있었고 그들이 난데없이 나타나더니 공장을 폐쇄했다.

끔찍했다.

롬니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것을 빼앗아 부유층에게 넘겼다"며 "그는 로빈 후드와 정반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고문은 1월 "베인은 1천개 이상의 공장, 상점, 사무실을 닫았고 수만개 일자리를 날렸으며 12개 회사를 파산시켰다"며 "롬니는 일자리 창출자가 아니라 기업 약탈자"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9번째는 너무 인신공격적이라는 지적에 대한 오바마 측의 점잖은 반응이다.

오바마 재선 캠프 벤 라볼트 대변인은 21일 "프라이빗 에퀴티 사업 전반을 문제 삼는 건 아니다.

그 경험으로 무슨 가치와 교훈을 얻었는지, 기업 매수 전문가의 경제 철학이 백악관에서 구현하는 것을 국민이 보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워싱턴연합뉴스) 강의영 특파원 keyke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