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 걸스(Bad Girls)’ ‘핫 스터프(Hot Stuff)’ 등의 팝송으로 유명한 미국의 ‘디스코 여왕’ 도나 서머가 17일(현지시간) 암 투병 끝에 숨졌다. 향년 63세.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70~1980년대 전 세계 디스코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서머가 요양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잉글우드에서 사망했다고 가족들이 발표했다. 유명 인사들의 동향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웹사이트 티엠지(TMZ)닷컴은 소식통의 말을 빌려 “서머의 사인은 폐암이었으며 그녀는 사망 전까지 2001년 9·11 사태 이후 발생한 독소를 흡입해 암에 걸렸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본명이 도나 앤드리아 게인스인 그녀는 1948년 보스턴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열 살 때 교회 성가대에서 독창을 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음악적 재능을 보였다. 서머는 독일에서 거주하던 1975년, 에로틱한 분위기의 ‘러브 투 러브 유 베이비(Love to Love You Baby)’로 미국 가요계에 데뷔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980년대 들어서도 그의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맥아더 파크(MacArthur Park)’ ‘아이 필 러브(I Feel Love)’ 등 히트곡을 잇달아 내놓으며 유럽과 미국 댄스 음악을 잇는 가교라는 평가도 받았다.

유명세 못지않게 구설수에도 휘말렸다. ‘에이즈가 남성 동성애자 문제와 관계가 있다’는 자극성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나돌며 동성애자 사이에서 한때 금기 인물로 지목됐다. 서머는 즉각 부인했지만 소문은 한동안 그를 괴롭혔다. 서머는 2008년 17년 만에 새 음반이자 마지막 음반 ‘크레용(Crayons)’을 내놨다.

그는 1973년 배우 헬무트와 첫 결혼을 했고, 1980년 가수인 브루스 수다노와 재혼해 두 딸을 낳았다. 그래미 상을 5회 수상한 서머는 올해 로큰롤 명예의 전당 후보로 지명되었으며, 13개월 동안 4곡의 넘버 원 히트곡을 기록한 최초의 여성 아티스트였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