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총영사관서 `반 총장 성원의 밤' 성황리 열려

"5년반 동안 불철주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아내는 제발 좀 `브레이크'(break.휴식)를 취하라고 성화였죠. (깁스한 손을 들어 보이며) 그 브레이크가 이 브레이크(골절)를 의미한 건 아닌데 말이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표정에는 능청맞은 미소가 흘렀고 좌중에선 폭소가 터졌다.

지난 주말 유엔 외교단의 축구대회에 참가했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왼손에 전치 6주의 부상을 입은 반 총장은 "손은 브레이크됐지만 공식 일정과 행사는 하나도 브레이크하지 않고 있다"며 다시 한번 참석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총영사관에서 열린 `반기문 총장 성원의 밤' 행사는 이처럼 동일한 영어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다른 의미를 전달하는 반 총장 특유의 유머와 재치 덕분에 시종일관 유쾌하고 화기애애한 가운데 진행됐다.

반 총장 내외와 김숙 주유엔대사, 김영목 뉴욕총영사, 캐서린 도노반 뉴저지주 버켄카운티장, 데니스 스완슨 폭스뉴스 사장,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유수 언론사의 편집국장 등 뉴욕의 저명인사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행사는 올해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반 총장의 각오와 비전을 들어보고 그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결집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의 초점은 당연히 반 총장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모자보건 프로젝트 `모든 여성, 모든 아이들'(Every Woman, Every Child)에 대한 미국 주류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우리 기업과 한인 차세대들에 그 의미를 알리는데 모아졌다.

반 총장은 "내가 어릴 때만 해도 어머니가 아이를 낳으러 방에 들어갈 때 댓돌에 벗어놓은 고무신을 보면서 저것을 다시 신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은 반세기만에 빈곤을 딛고 일어서면서 30년만에 여성의 기대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했다.

이런 기적을 다른 나라에서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성공적으로 태어난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나"라며 다시 한번 웃음을 이끌어냈다.

이 사업은 같은 저개발국에서도 여성과 아동이 더 큰 고통을 받고, 2000년 세계 정상들이 합의한 새천년개발목표(MDG) 중에서도 여성과 아동의 생존환경 개선 과제의 이행이 가장 미진한 점에 주목해 반 총장이 2010년 출범시킨 것으로, 저개발국의 모자보건 향상을 위해 각국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노력과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지역 채널인 `NY 1'의 한국계 여성 앵커 미셸 박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는 뉴욕필하모닉의 수석 부악장인 바이올리니스트 미셸 김, 중국계 음악 신동 칭위천(11), 한국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엘리자베스 아오키(9) 등의 연주가 소개됐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중국과 일본 총영사관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하나외환금융그룹측은 반 총장과 10만달러 기여를 약정하고 기여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반 총장이 주도하는 사업에 대해 많은 세계적인 기업과 시민사회의 참여가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한국 기업들의 기여는 미미하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관심을 제고하고 또한 이 프로젝트의 숭고한 목표를 미국 주류사회와 언론, 한인 커뮤니티 등과 공유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유엔본부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wolf85@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