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미국 정치권이 연방정부 부채 한도 증액을 둘러싸고 다시 벼랑 끝 결투를 벌일 조짐이다. 내년 초에는 세금이 인상되는 ‘택스마겟돈(taxmageddon)’이 닥칠 것이라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 소속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15일 피터슨재단이 주최한 재정서밋에서 “대규모 재정지출 감축과 세제개혁 없이는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같은 행사에 참석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연말이 오기 전에 부채 한도 16조3940억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그는 이어 “의회가 지난해 야기한 고통스러운 드라마 없이 부채 한도를 증액해주길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여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총 2조1000억달러에 이르는 부채 한도 증액을 요구했다. 공화당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이만큼의 재정지출을 삭감해야 한다면서 버텼다. 정부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와 시장의 불안을 볼모로 잡고 대치하던 양 진영은 막판에 가까스로 합의했다. 부채 한도를 14조2940억달러에서 16조3940억달러로 세 차례에 걸쳐 2조1000억달러 증액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정치권의 이런 불확실성을 이유로 미국의 국채 장기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에서 AA+로 한 단계 낮췄다. CNN방송은 정치권이 부채 한도 증액 논란에 휩싸였던 지난해의 악몽이 올해도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말에는 소득세와 사회보장세 감세 혜택, 실업수당 지급 연장 혜택 등이 끝난다. 이에 따라 내년 초부터 세금이 인상되거나 세금 인상 효과가 나타나는 대재앙이 닥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택스마겟돈’이라고 표현했다. ‘세금(tax)’과 지구종말을 가져올 정도의 대재앙을 뜻하는 단어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조어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세제 혜택이 종료되고 부채 한도 증액과 맞바꾼 재정지출 삭감까지 겹치면 내년 1월은 ‘재정 절벽(fiscal cliff)’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