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의 ‘한 지붕 두 가족’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부정경선 파동을 겪으면서 당을 장악한 신주류(과거 비당권파)가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자 구당권파(과거 당권파)가 독자적으로 ‘당원비대위원회’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차기 지도부 구성과 비례후보 투표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조사 진행 등을 놓고 양측이 정면으로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16일 신주류를 중심으로 한 1차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사무총장 역할을 하는 공동집행위원장에는 국민참여당 출신의 권태홍 선대위 전략기획위원과 옛 민주노동당 울산연합파인 민병렬 부산시당위원장이 인선됐다. 그동안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는 사무총장 자리는 구당권파의 핵심인 경기동부연합 차지였다.

진보신당 탈당파인 이홍우 선대위 전략기획위원은 비대위원에 임명됐다. 옛 민노당 인천연합파인 이정미 전 선대위 대변인이 다시 한 번 대변인을 맡게 됐다. 나머지는 노동·시민사회 쪽 외부인사로 구성될 예정이다.

강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중앙위원회에서 결의한 비례대표 사퇴결의의 건을 5월30일 이전에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며 “오늘 중 경쟁부문 비례대표들과의 면담을 추진해 사퇴를 요구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당내에 중앙위 폭력사태 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규정에 따라 처벌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비례후보 투표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구성도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짓기로 했다.

강 위원장은 이날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을 만나 “노동자와 당원들의 실망과 분노를 치유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혁신하겠다”며 “민주노총도 지지철회나 탈당이 아니라 당의 주인으로 나서서 쇄신과 혁신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했다. 김 위원장은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가 봉합비대위가 되지 않고, 가죽까지 새로 한다는 각오를 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신주류와 구당권파를 아우르는 ‘융합형 혁신비대위’가 예상됐지만 결국 구당권파는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강 위원장은 구당권파 몫으로 비대위원 한 석을 제안했지만 구당권파가 3석을 요구하면서 틀어진 것이다.

구당권파인 이상규 당선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강 위원장이 나한테만 비대위원을 제안했다”며 “우리가 요구한 화합형 비대위가 거부된 것이기 때문에 혁신비대위에 참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시 구당권파인 김재연 비례대표 2번 당선자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진실과 원칙에 기초하지 않은 정치논리 앞에 굴복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사퇴 불가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 통합진보당 신주류

유시민·심상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한 비당권파가 부정경선 파동을 겪으면서 사실상 당을 장악함에 따라 신주류로 부상했다. 이정희 전 대표로 상징되는 기존 당권파는 비주류로 전락, 구당권파가 됐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