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인육캡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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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미국 국립보건원 가이두섹 박사는 1957년 뉴기니 포레 부족 일부에 생기는 ‘쿠루’ 병에 주목했다. 쿠루는 다리를 절고 말을 잘 못하다 웃음을 터뜨리며 죽는 괴질. 알고본즉 사람이 죽으면 친지 중 여성과 아이들이 시신을 나눠 먹는 풍습이 문제였다.
가이두섹 박사는 쿠루의 전염인자를 모른 채 ‘슬로 바이러스’ 탓이라고 생각했다. 잠복기가 길었던 탓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그 인자가 프리온이란 단백질임을 알아냈다. 이후 양에 생기는 스크래피와 광우병, 쿠루병,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모두 프리온 탓임이 밝혀졌다.
프리온 질환은 같거나 유사한 종족을 먹었을 때 생겨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소들에게 양으로 만든 사료를 먹인 결과 발생했던 광우병이 1988년 양과 소에게 동물성 사료 지급을 금지하자 급감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산(死産)된 태아로 만든 인육 캡슐이 중국에서 밀반입된다고 한다. 제약회사도 아닌 가정집이나 가내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데도 불구, 만성신부전증과 중증 당뇨, 수술한 환자, 암 환자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유통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적한 뒤 관세청이 적발한 물량만 1만7000여정. 유통된 양은 훨씬 많을 것이란 보도다. 빨갛고 파란 캡슐에 든 내용물은 황갈색 가루에 동물성 비린내가 났다는데 최근엔 색상과 냄새로 식별할 수 없도록 식물성 물질을 혼합하거나 정상적인 의약품과 바꿔치는 통갈이도 유행한다는 마당이다.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진 것과 달리 보건당국 조사에서 박테리아 17종, 특히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8종이 나왔다고 한다. 수술 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겐 전신패혈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데 무슨 배짱으로 먹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중국 위생부가 중국의 인육 캡슐 제조 및 유통을 전면 부인했다는 가운데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불법 반입 및 유통 단속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수요다.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테고 자칫 가격만 오를 수도 있다.
광우병 소 섭취에서 비롯된다는 vCJD(인간광우병)는 100만명 당 1명꼴로 발병하는 CJD 종류 4가지 중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1억명 중 1명이 걸릴까 말까한 인간광우병이 무서워 미국쇠고기는 못 먹겠다는 이들이 인육캡슐은 괜찮다는 건가. 몸에 좋다면 곰 쓸개에 빨대를 꽂아 생담즙을 빼먹는 짓도 한다지만 그래도 인육캡슐에 비할 손가. 끔찍하다 못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가이두섹 박사는 쿠루의 전염인자를 모른 채 ‘슬로 바이러스’ 탓이라고 생각했다. 잠복기가 길었던 탓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그 인자가 프리온이란 단백질임을 알아냈다. 이후 양에 생기는 스크래피와 광우병, 쿠루병, 인간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모두 프리온 탓임이 밝혀졌다.
프리온 질환은 같거나 유사한 종족을 먹었을 때 생겨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소들에게 양으로 만든 사료를 먹인 결과 발생했던 광우병이 1988년 양과 소에게 동물성 사료 지급을 금지하자 급감했던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사산(死産)된 태아로 만든 인육 캡슐이 중국에서 밀반입된다고 한다. 제약회사도 아닌 가정집이나 가내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데도 불구, 만성신부전증과 중증 당뇨, 수술한 환자, 암 환자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유통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SBS TV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지적한 뒤 관세청이 적발한 물량만 1만7000여정. 유통된 양은 훨씬 많을 것이란 보도다. 빨갛고 파란 캡슐에 든 내용물은 황갈색 가루에 동물성 비린내가 났다는데 최근엔 색상과 냄새로 식별할 수 없도록 식물성 물질을 혼합하거나 정상적인 의약품과 바꿔치는 통갈이도 유행한다는 마당이다.
만병통치약처럼 알려진 것과 달리 보건당국 조사에서 박테리아 17종, 특히 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8종이 나왔다고 한다. 수술 환자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겐 전신패혈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데 무슨 배짱으로 먹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중국 위생부가 중국의 인육 캡슐 제조 및 유통을 전면 부인했다는 가운데 관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 등이 불법 반입 및 유통 단속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수요다.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어떤 식으로든 계속될 테고 자칫 가격만 오를 수도 있다.
광우병 소 섭취에서 비롯된다는 vCJD(인간광우병)는 100만명 당 1명꼴로 발병하는 CJD 종류 4가지 중 1% 미만으로 알려져 있다. 1억명 중 1명이 걸릴까 말까한 인간광우병이 무서워 미국쇠고기는 못 먹겠다는 이들이 인육캡슐은 괜찮다는 건가. 몸에 좋다면 곰 쓸개에 빨대를 꽂아 생담즙을 빼먹는 짓도 한다지만 그래도 인육캡슐에 비할 손가. 끔찍하다 못해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