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 경제영토 넓힐 통상 전략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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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이 전술적 통찰은 오늘날 보호무역주의라는 냉혹한 경기장에 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 무역 질서는 효율 중심에서 안보를 중시하는 ‘지정학적 파편화(geopolitical fragmentation)’의 흐름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가까운 국가와의 프렌드쇼어링 무역 비중은 2021년을 기점으로 빠르게 확대된 이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이런 흐름이 구조적 변화로 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자국 우선주의라는 수비벽이 높아질수록 우리 기업이 뛸 공간은 점점 좁아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 경직된 질서를 흔들어 놓을 ‘공간’의 재확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타결된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은 의미 있는 성과다. 브렉시트 이후 불확실성이 큰 영국 자동차 시장 진출 여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고, 전문인력 비자 제도 정비로 초기 투자 기업의 안정적 사업 여건도 마련됐다. 또한 영국에서 인기 있는 K콘텐츠의 수출 활성화도 기대된다. 엄혹한 통상 환경에서 정부가 현장의 애로를 짚어낸 결과다. 연초 대통령의 중국 방문도 시의적절했다. 정상 간 교류를 통해 고위급 협력 채널을 다시 가동하고, 한·중 FTA 업그레이드를 통해 서비스 분야 협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공급망·첨단산업 협력의 안전장치도 재정비했다.
그러나 축구 경기에서 한 번의 패스로 승리가 보장되지 않듯, 개별 성과에 안주할 수는 없다. 정부는 이를 발판 삼아 우리 경제의 활동 무대를 전방위로 넓혀야 한다. 이 중 핵심 과제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이다.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차지하는 이 거대 경제권은 최근 한·일 경제협력 분위기와 미국의 관세 압박 등을 고려할 때 지금이 가입을 추진할 적기다.
멕시코와의 FTA 협상 재개도 시급하다. CPTPP 가입으로 관세 불이익을 상당 부분 완화할 수 있지만 양자 FTA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2006년 시작된 협상이 장기간 표류한 만큼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 아울러 공급망 재편에 대비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주요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한·일 관계 개선을 계기로 일본과의 첨단산업 공급망 복원력도 높여야 한다.
승리하는 팀의 뒤에는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전술가가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치열한 경기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온전히 살리는 힘은 정부의 통상 전략에서 나온다. 새해에는 정부가 우리 경제의 운동장을 세계로 넓히는 최고 전술가가 돼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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