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등기임원인 본부장들이 주변 상황에 따라 부서를 옮겨다니는 '회전문 인사'가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2009년 공공기관 지정 이후 한국거래소 본부장 자리에는 증권금융시장에 전문지식이 없는 외부 인사가 임명되고 있는 데다 임기마저 한 부서에서 온전히 마치지 못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최대 4년의 임기를 한 자리에서 유지한 본부장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생상품시장의 경우 최근 4년 간 1년 단위로 본부장이 바뀌었다. 코스닥시장도 4년 중 3번이 변경됐다. 공공기관의 임원 임기는 2년이다. 이후 이사회 평가에 따라 1년씩 2년을 연임할 수 있다.
[여의도퍼트롤]한국거래소, 본부장 회전문 인사…왜?
그렇다고 본부장들이 거래소를 떠난 것은 아니다. 진수형 본부장의 경우 2010년 파생상품에서 시작해 2011년 코스닥시장, 올해 유가증권시장으로 발령이 났다. 2011년에 선임된 김진규 본부장도 파생상품에서 올해 유가증권시장으로 전보됐다.

한국거래소 핵심 요직인 본부장 인사가 이렇게 무원칙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전문지식을 갖춘 인재를 뽑기보다 상황에 따라 인사를 재배치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거래소 등기임원이기도 한 본부장 자리에는 2009년 이후 내부 인사 출신이 임명되지 않았다. 올해는 최홍식 코스닥시장 본부장이 공공기관 지정 이후 최초 내부 승진에 성공했지만 이어 이호철 전 부산조달지방청장이 파생상품시장본부장 자리에 올라 행시 출신의 저력을 과시했다.

애초 '빈 자리'는 유가증권시장이었으나 최 본부장의 최초 내부 승진 직 후, 차마 외부인사를 거래소의 얼굴인 유가증권시장본부장 자리에 앉힐 수 없어 김진규 전 파생상품시장본부장을 유가증권시장으로 전보 보낸 뒤 이 본부장을 파상생품시장에 선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2005년 거래소와 코스닥시장 통합 이래 4개의 시장 본부장이 일거에 교체되는 사상 최초의 일이 일어났다.

김종수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위원장은 "본부장은 큰 틀에서 시장의 정책 결정을 내리는 자리인데 1~2년씩 자리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파생상품시장본부의 경우 부산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자리를 교체해 줬다는 지엽적인 문제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거래소 본부장보 출신도 "적어도 시장 관련 본부장 자리는 전문적 지식이 있는 인사가 맡는 것이 당연하다"며 "3년 정도는 그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임기가 2년일 때와 3년일 때 시장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천지차이"라며 "2년일 때는 이번만 버티면 되겠지 싶지만, 3년이면 시장 정책을 구상하고 펼쳐볼 수 있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올해 힘겹게 정비한 본부장 라인업도 1년을 버틸 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사장 임기만료와 대통령 선거가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말에는 김봉수 이사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동시에 대선도 예정돼 있어 본부장들이 한차례 더 바뀔 수 있다"며 "새로온 이사장이 일괄 사표를 받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