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펙스는 40~50대 중년층이 신던 신발이었다. 32년이나 된 우리나라의 대표 스포츠 브랜드이지만, 나이키 아디다스 등 해외 스포츠 브랜드에 뒤처지기 시작했고 ‘오래된 토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랬던 프로스펙스가 다시 태어났다. ‘김혜수의 워킹화’로 W(워킹)라인을 새로 냈고, ‘다니엘 헤니의 러닝화’로 R(러닝)라인도 연달아 출시했다. 처음엔 ‘설마’ 했지만 프로스펙스 W라인은 걷기 열풍을 일으키면서 30~40대로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올초엔 김연아 선수를 전면에 내세워 10~20대로 고객 연령층을 더 끌어내렸다. 지금 ‘연아 라인’은 하루에 1500켤레가 팔려나가고 있어 주문하면 1주일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다. 탤런트 김수현 씨가 신고 나온 ‘수현 라인’도 10~20대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BIZ Insight] 선봉장 프로스펙스·몽벨…LS네트웍스 '대륙 정복' 꿈꾼다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로 성장 기반 닦아

어떻게 낡은 이미지의 프로스펙스가 ‘중·고등학생이 신고 싶어하는 신발’로 이미지를 확 바꾼 것일까. 소비자 입장에선 ‘순식간’일 수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LS네트웍스는 대표 브랜드인 프로스펙스를 3~4년 전부터 ‘리뉴얼’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유명 컨설팅업체의 자문을 받고 해외 디자이너들에게 제품 디자인을 의뢰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매장 인테리어와 조명도 환하게 바꿨다. 젊어지기 위한 노력이 하나둘 쌓여 ‘연아 라인’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LS네트웍스의 전신은 1949년 부산에서 설립된 국제화학이다. 당시 고무신을 만들던 이 회사는 1962년 농구화 수출이 크게 늘면서 스포츠화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만들다가 1981년 프로스펙스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1988년에는 서울올림픽을 공식 후원하면서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해 위기를 맞았다. 이후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 등 해외 스포츠 브랜드에 밀리던 프로스펙스는 2007년 LS그룹이 국제상사를 인수하면서 LS네트웍스의 품에 안겼다.

그 뒤로는 승승장구였다. 2010년 HS애드가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활·스포츠·레저 관련 태도조사’에서 워킹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로 프로스펙스(41%)가 1등으로 뽑혔다. 스포츠 분야 1위 브랜드 나이키(17.5%)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걷기 열풍을 이끄는 ‘워킹화 1위 브랜드’가 된 것이다.

프로스펙스의 성공사례는 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오래된 브랜드 이미지를 젊게 바꾸는 일보다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게 더 쉽다’는 건 패션·유통업계의 상식으로 통한다. 기존 브랜드들이 아예 다른 브랜드처럼 보일 만한 이름을 지어 세컨드 라인으로 내거나, 비슷한 컨셉트의 다른 브랜드를 론칭 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국내 스포츠유통업체의 한 임원은 “기존 제조업체들도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확 바꾸는 일은 거의 실패하게 마련인데 유통에 주력하는 프로스펙스가 브랜드를 살려냈다는 건 정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직원 아이디어를 경영에 적극 반영

LS네트웍스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2008년 일본 아웃도어 ‘몽벨’을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1975년 설립된 몽벨은 기능성 아웃도어 브랜드로 역사와 기술력을 갖췄지만,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였다.

LS네트웍스가 한국에서 이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걸 지켜본 몽벨 일본 본사는 한국에 이어 중국 내 판권까지 LS네트웍스에 넘겼다.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몽벨은 한개밖에 없는 가두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는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있는 10개 대형 백화점으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입점하는 브랜드는 늘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데 ‘갑’인 백화점이 먼저 입점 요청을 해온 것이다.

이 회사의 성장은 매출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4233억원으로 전년(3588억원)보다 18% 증가했다. 이 중 프로스펙스 몽벨 스케처스 잭울프스킨 등 브랜드 사업이 77.4%로 가장 높았다. 아웃도어 멀티숍 ‘웍앤톡’, 자전거 전문매장 ‘바이클로’ 등의 유통사업이 13.1%를 차지했고 LS용산타워 등 부동산 매출 비중은 9.3%였다.

김승동 LS네트웍스 사장은 매출 증가에 대해 “직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젊음, 창의, 혁신’을 핵심가치로 내걸고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경영전략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 임원회의나 팀별 회의를 할 때도 회의 주재자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방식 대신에 모두가 한 마디씩 발언하는 참여형으로 진행하고 있다.

프로스펙스 W라인을 내면서 걷기 유형과 제품 라인을 세분화한 것도 그런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워킹을 착지, 발디딤과 구름, 발올림 등 3단계로 나누고 그 동작에 따라 특화된 기능을 W파워(속보용·수현 라인), W쿨(일상 보행용·연아 라인), W키즈(어린이용), W비즈(직장인용) 등 각기 다른 제품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 결과 프로스펙스 W라인은 지난해 9월 영국 해러즈백화점에서 열린 한국특별전에서 ‘한국 대표 신발’로 초청받기도 했다.

○글로벌 유통사업은 미래 성장동력

글로벌상사 사업은 LS네트웍스의 브랜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와 블라디보스토크에 지사를 설립한 것은 현지 유통망을 선점하려는 전략에서였다. 지금은 맨홀 컴퓨터통신망 등을 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정도지만, 앞으로 LS네트웍스의 브랜드를 해외로 뻗어나가게 하는 핵심 유통망으로 키우겠다는 설명이다.

손호영 LS네트웍스 홍보팀장은 “몽벨 프로스펙스 등 브랜드 사업을 중국에서부터 탄탄하게 키운 뒤 미국 등 전 세계로 내보내는 것이 장기 목표”라며 “웍앤톡 같은 멀티숍은 추후 아웃도어·스포츠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