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집 개정 추가연구 일본 제안에 한국 등 회원국 반발

25일(현지시간) 속개된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동해 병기를 포함한 우리측 국제표준 해도집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됐다.

모나코 레니에르3세 오디토리움에서 이날 오전 속개된 회의에서는 현행 일본해 단독표기 등 미국 대표단이 기존에 제안했던 방안을 철회하고 일본이 해도집 개정을 위한 워킹그룹을 새로 구성하자고 제안하는 등 관련 논의가 본격화했다.

하지만 동해 표기 문제와 IHO의 바다지명 해도집인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 개정안 등 핵심쟁점에 대해서는 한·일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해 계속 평행선을 달렸다.

한국 대표단은 이날 S-23 개정을 통해 동해를 일본해와 병기하는 것이 동해 표기 문제를 해결하는 최선의 방안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우리측 대표단은 "동해 표기 문제에 대해서는 당사국의 견해가 존중돼야 하므로 동해 병기를 통한 S-23의 새로운 판의 조기 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 수석대표인 백지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은 "일본 측이 워킹그룹 구성안을 새로 내놨으나 추가 논의를 통해 우리 측 주장이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총회 첫날 S-23 현행판 유지 등 3개 안을 제시했으나 한국 등 다수 회원국의 반대에 부닥쳐 모두 철회했다.

미국은 동해 표기 문제에 걸려 1953년 이후 개정판을 내지 못한 S-23 개정을 위해 동해 규정을 공란으로 남긴 ▲2002년 초안 채택 ▲개정 없이 현행판 유지 ▲현행판 내용의 항목별 재정리 등 3가지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동해 규정을 공란으로 두는 방안에 대해서는 일본이, 현행판 유지 방안에는 한국이 반대하면서 이 같은 제안은 회원국의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다.

현행판을 항목별로 재정리 방안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에 따라 다른 방안과 함께 철회됐다.

일본 대표단은 이날 미국이 기존 제안을 철회하자 소수 워킹그룹 구성을 통한 S-23 개정안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해 논란이 됐다.

지난 209년부터 이미 S-23 개정을 위한 IHO 워킹그룹이 운영돼 왔다는 점에서 이는 개정 논의를 지연해 현행판을 계속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됐다.

이는 또 현행 해도집이 오래되고 오류가 많아 개정을 미룰 수 없다는 다수 회원국의 여론에 밀린 대응으로 풀이됐다.

각국 대표단은 일본의 워킹그룹 구성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S-23 개정 논의가 지난 2002년과 2007년에 이어 해결책 없이 교착되면서 현행 규정에 대해 회의장 안팎에서는 IHO 논의의 무용론도 제기됐다.

중국 대표단이 "국제 표준 지침서로서 기능을 상실한 S-23 규정을 폐지하자"고 발언하는 등 IHO의 기술표준 논의가 정치 쟁점화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 대표단의 인하대 김현수 교수는 "IHO의 해도집 규정은 법적인 구속력이 없는 국제지침에 불과한데다 동해 표기에 대한 IHO의 해결 능력도 한계를 드러냈다"며 "이번 기회에 IHO 기능 재편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모나코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t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