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父子(태자당)와 후진타오(공청단파) 질긴 악연"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 실각을 둘러싼 중국 권력층의 암투가 격화되면서 베일에 가렸던 보시라이 부부 일가의 부패상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 공안과 경제 전문가로 구성된 부패조사단이 보시라이와 아내 구카이라이(谷開來) 양가가 해외로 빼돌리거나 은닉한 재산에 대한 추적에 들어갔다는 보도들이 잇따르면서 파문은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보시라이 부부 모두 아버지가 당과 군의 유력인사였던 만큼 이를 고리로 엄청한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홍콩 시사주간지 아주주간(亞洲週刊) 등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보시라이의 선친 보이보(薄一波) 전 국무원 부총리는 두 명의 부인에게서 4남 3녀를 뒀고 지난 2007년 작고했다.

장녀를 제외하곤 모두 2번째 아내 후밍(胡明) 소생이다.

보시라이의 형 보시융(薄熙永.64)은 중국 정부 산하의 광다집단(光大集團) 부총재로 근무 중이고, 동생 보시청(薄熙成)은 베이징 류허싱(六合興) 호텔 관리공사 회장및 중신(中信)증권 이사로 재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막내인 보시닝(薄熙寧)은 류허싱집단 회장이다.

보시라이는 두번 결혼했다.

첫 번째 부인은 산시(山西)성의 혁명가 집안 출신인 리단위(李丹宇)였고, 결혼 초부터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1977년 태어난 아들이 리왕즈(李望知.34)이고 원래 이름은 보왕즈(薄望知)였으나 부모의 이혼 후 모친 성으로 개명했다.

리왕즈는 베이징대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유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엔 미국 씨티그룹에 근무했다.

2006년 8월 11일엔 씨티그룹 회의에 직접 참석한 기록도 있다.

유학시절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빈번하게 교류, 중국 당국의 경고를 받았고 올가을 권력 교체기에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을 노렸던 시라이에겐 두통거리였다.

귀국한 뒤엔 베이징에서 변호사가 됐지만 지난해 11월 체포돼 감옥에 수감됐다.

그의 죄는 경제 범죄로만 알려졌다.

중국어 반체제 매체인 신당인(新唐人)은 21일 리왕즈가 랴오닝(遼寧)성에 구금돼 있다고 보도했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의 주역이었고 리왕즈의 컬럼비아대 급우였던 탕바이차오(唐柏橋.44)는 신당인과의 인터뷰에서 "2001년 컬럼비아 대학에 유학온 리왕즈를 처음 만났으며, 리왕즈가 자신을 직접 찾아와 호의를 표시한 뒤 친구가 됐다"고 전했다.

아버지를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엄청난 권력을 가진 보시라이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털어놨다고 했다.

현재 부인인 구카이라이(谷開來·52)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보과과(薄瓜瓜·24)이다.

호화 해외유학 생활로 물의를 빚었고, 현재 미 당국이 보호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구카이라이는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을 역임한 구징성(谷京生)의 딸이다.

언니와 여동생도 재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구카이라이의 큰언니 구왕쟝(谷望江)은 둥샹(東港)안전인무공사의 지분 1억1400만달러를 소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들 자매는 현지 언론으로부터 홍콩 경제계에서 얻은 수익 가운데 많은 부분을 해외로 유출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을 받고 있다.

구카이라이는 특히 다롄·충칭 등지에서 승진 등의 명목으로 뇌물을 받았으며, 해외 재산 규모가 최소 1억2천600만달러에 달한다는 설이 나온다.

특히 보시라이 집안은 후진타오와는 악연이다.

공청단 출신인 후진타오는 태자당의 집중 견제를 받아 지난 1988년 시짱(西藏) 티베트 자치구 당서기로 좌천당했고, 여기엔 보시라이 부친 보이보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그런 악연 때문인지 원자바오는 보시라이의 부총리 승진을 강력히 반대해 충칭시 당서기로 좌천시켰다.

특히 민감한 권력 교체기를 앞두고는 또다시 태자당-상하이방, 공청단파 간 권력 암투로까지 번진 셈이다.

보시라이 친족 일가의 재산은 최소한 1억3천6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공식 월급이 1천585달러에 불과한 시 당서기의 재산치고는 너무 많다.

보시라이 가족 재산은 조세피난처로 잘 알려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와 인도양의 모리셔스 등에 회사를 설립, 여러 이름으로 거래해 추적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시라이 가문의 이런 엄청난 불법 재산은 빈부차를 둘러싼 중국 사회의 갈등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 공산당의 부패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중국 정부는 보시라이에 대한 조사가 법치주의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정치적인 것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중국 정치 전문가인 하버드대 로더릭 맥파콰르 교수는 그러나 "중국 인민들에게 정치국원과 중앙위원 전부가 새로운 자산소유계급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게 위험한 부분"이라며 "이미 통제불능 상태이며, 체제문제가 대중의 영역으로 내려왔다"고 분석했다.

오직 그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중국 최고위층 내부의 생활이 일반 대중의 비판이 될 수 있고, 불원간 국민의 거센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