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토지주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분양하지 않은 채 통으로 임대사업을 추진 중인 개발 사업이 등장, 눈길을 끌고 있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나 원룸(오피스텔)이 아니라 일반 아파트를 지어 수익형 부동산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민간 임대아파트 개발 사업은 국내에서는 드문 사례지ㅈ만, 선진국에서는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 토지주들을 중심으로 벤치마킹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새로운 사업모델 가능성 커”

임대아파트는 주로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이나 건설사들이 공급해 왔다. 토지주는 미리 땅을 매각하거나 지주 공동 개발 방식으로 참여하더라도 분양하고 빠져 나오는 것이 통상적인 개발 방식이다. 건축비 등으로 투입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고 수익도 크기 때문이다.

민간 임대아파트 개발 사업은 이 같은 통념을 깬 사례라는 점에서 일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간 임대아파트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서울 신도림동 332의 1 일대 5739㎡ 부지. 현재 골프연습장이 들어선 이곳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과 디큐브시티 건너편에 자리잡은 개인 땅이다. 교통이 편리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힌다.

토지주는 2014년까지 2개동 172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전·월세 임대주택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서울시 도시건축위원회와 구로구청은 민간 임대주택을 건설할 때 임대 의무기간 15년 동안 임대업을 유지하고, 전체 가구의 60% 이상을 전용면적 60㎡ 이하 소형 임대아파트로 구성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45%를 올려줬다.

전문가들은 이번 민간 임대아파트 사업의 수익구조를 분석한 결과 토지 매입비가 들지 않았고, 용적률 상향을 통해 자산가치가 상승한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용적률 상승을 통해 임대를 놓을 수 있는 건립 가구 수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어서다.

시행업계 종사자인 피앤디코퍼레이션의 임현욱 대표는 “원래 ‘도시형 생활주택’도 토지를 보유한 사람들이 중소형 임대주택을 공급하도록 촉진하기 위해 만든 것인데 비슷한 맥락에서 민간 임대아파트도 사업모델로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서울 및 수도권 개발 사업에선 토지 매입비가 전체 사업비의 40~50%, 지방에서도 20~30%를 차지해 토지 매입비가 빠지면 비용 절감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건축비만 금융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키거나 토지담보대출을 받으면 금리도 저렴한 편”이라고 덧붙였다.

임대수익률(7~8%)과 이보다 낮은 이자비용(금리) 사이에서 우선 수익이 발생하고 세입자들로부터 받는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등을 활용해 공사비와 금융비용을 충당한 후 수익을 낸다는 분석이다.

국민주택 규모(85㎡) 이하 평형으로 이뤄진 만큼 각종 세금 혜택도 예상된다. 정태일 KB국민은행 WM(자산관리)사업부 세무사는 “종합부동산세 합산 대상에서 빠지는 것은 물론이고 소형 주택이기 때문에 취득세와 재산세도 감면될 것”이라며 “가구 수가 많을수록 건축주의 절세 효과는 커진다”고 말했다.

◆땅 소유주 “나도 한번 해볼까”

민간 임대아파트 사업의 장점은 부동산 경기 하락기에 무리하게 땅을 팔거나 분양 리스크를 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대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다. 또 의무 임대기간이 끝나면 일반분양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자산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민간 임대아파트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부지’와 ‘검증된 시행(대행)사’가 필수적이라고 꼽았다.

무엇보다 부지는 역세권이나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에 있어야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토지주들은 부동산 개발사업 경험이 없는 비(非) 전문가이기 때문에 설계와 자금 조달, 시공사 선정 및 인·허가 절차 등을 총괄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시행·대행업체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임대아파트가 다 지어지면 세입자 관리와 시설물 유지·보수는 전문 주택관리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꾸준히 창출되는 임대수익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수익률을 효과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우용표 주택문화연구소 소장은 “과거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던 시기에는 부동산 매입-매각 가격의 차액으로 돈을 벌었기 때문에 이 같은 사업구조를 검토할 필요가 없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수익형(임대) 부동산과 임대수익률에 보다 관심이 커진 상황이어서 새로운 사업모델로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