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매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1년형으로 형이 무거워진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사진)이 18일 2심 판결을 정면으로 비난하며 거듭 무죄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올바른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며 여론몰이를 통해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곽 교육감의 버티기 속에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 남은 석 달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서울의 교육 정책은 한동안 격랑에 휩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리인 내세워 사법부 원색적 비난

곽 교육감은 이날 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진실을 호소한다. 자리를 지키겠다”며 사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당초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지만 어버이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이 ‘즉각 사퇴’를 요구하며 회견을 막자 장소를 이동했다.

곽 교육감은 ‘선의로 금품을 줬다’ ‘대가 관계가 아니었다’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을 뿐 새로운 무죄 근거나 법리를 내놓진 못했다. 오히려 동석한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의 입을 빌려 2심 판결을 맹비난했다. 강 교수는 곽 교육감 당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였던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 측과 단일화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핵심 역할을 한 측근으로, 곽 교육감의 금품 2억원을 박 교수에게 전달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강 교수는 “항소심은 재판 시간을 20시간밖에 할애하지 않은 ‘수준 낮은 재판’이었다”며 “재판부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몰지성적인 판결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시대적 수준에 미달하는 사법부의 구태의연성’ ‘수준낮은 권력적 법치국가’ ‘법원이 학교폭력·사회폭력의 원천’ 등 원색적인 용어를 써가며 사법부를 공격했다.

곽 교육감 측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검찰 측만을 공격했을 뿐 사법부는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2심에서 형량이 늘어나자 태도를 바꿔 사법부를 목표삼아 여론몰이에 나서는 모습이다.

곽 교육감의 ‘버티기’에 교원단체들은 다시 한번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유죄 판결을 받고도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은 곽 교육감이 그토록 주장하는 법치주의 교육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또 무엇이라 할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교육정책 표류 지속될 듯

곽 교육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공직선거법에 따라 7월17일 이전에는 내려질 예정이다. 판결 확정까지 석 달 남았지만 그 전에도 혁신학교 증설, 무상급식, 인문·예술·체육(문예체) 교육 확대 등 곽 교육감의 핵심 사업들은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교육청 직원들 사이에서 곽 교육감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곽 교육감이 교육청이 아닌 제3의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가지려 했던 것도 교육청 내부의 반발에 밀렸기 때문이라는 게 교육청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곽 교육감의 정책들은 대부분 외부에서 데려온 보좌관들이 주도해온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