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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수첩] 무상보육이 빚어낸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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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무상보육을 둘러싸고 코미디 같은 장면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인 만 0~2세 전면 무상보육 정책으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는 수요가 급증하자, 이를 감당하지 못한 정부는 어린이집 진입장벽을 높이기로 했다.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집에서 아이를 키울 때 주는 양육수당 인상도 추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17일 맞벌이 부부, 다자녀가구(3자녀 이상 또는 만 5세 이하 자녀가 2명 이상인 가구) 등에 어린이집 우선 이용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 국·공립 어린이집(전체 어린이집의 5.3%)에 적용되는 ‘입소 기준’을 모든 어린이집에 확대 적용한 것이다. 개정안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반한 어린이집은 정부 보조금 지원 중단, 1개월간 시설 운영 정지, 3000만원 이하 과징금 등의 중징계를 받게 된다.

    맞벌이 부부 등은 환영할 만한 조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된 외벌이 부부 등은 여간 불만스럽지 않다. 인터넷에는 벌써부터 “건강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엄마들은 어떡하란 말이냐” “보육료를 공짜로 준다더니 이제 와서 갑자기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느냐” 등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정치권의 ‘준비없는’ 무상보육 강행에서 비롯됐다. 국회는 작년 말 ‘2012년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당초 정부 계획에 없던 0~2세 전면 무상보육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보육료 지원체계가 가정양육보다 시설보육(어린이집)에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바뀌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월 28만6000~39만4000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집에서 키우면 이보다 지원금액이 적은 데다 지원대상도 제한된다. 자연히 어린이집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어린이집 정원을 무작정 늘리기도 어렵다. 보육교사 1명이 맡는 아동 수가 늘어나면 보육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보육복지 확대가 규제와 사각지대를 낳고 또 다른 복지를 불러들이는 양상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이 표만 된다면 뭐든 한다는 식으로 밀어붙인 정책이 보육 현장을 이처럼 어지럽혀놓았다.

    주용석 경제부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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