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의 후폭풍이 증시 테마주 판도를 뒤흔들었다. 총선을 승리로 이끈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관련주는 12일 가격 제한폭까지 상승한 반면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얽힌 종목은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선거를 통해 박 위원장의 영향력이 입증되자 그가 필요성을 역설한 동남권 신공항 건설,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각종 정책 관련 종목이 일제히 상승하며 ‘박근혜테마주’로 새로 편입됐다.

◆증시는 벌써 ‘박근혜 vs 안철수’

코스피지수는 이날 7.78포인트(0.39%) 내린 1986.63으로 장을 마쳤다. 스페인 악재의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옵션만기일이 겹치면서 큰 폭의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장 막판 코스피지수가 1970 근처로 내려오자 저가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낙폭이 크게 줄었다. 코스닥지수는 0.94포인트(0.19%) 오른 485.71에 마감했다.

증시가 전반적으로 조정을 받았지만 박근혜테마주로 분류된 종목은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박 위원장의 동생인 박지만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EG를 비롯 박 위원장의 친인척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동양물산 성안 대유에이텍 대유신소재 등이 일제히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인 조현정 씨가 대표이사인 비트컴퓨터는 물론 박 위원장이 강조한 저출산 대책 수혜주인 보령메디앙스와 아가방컴퍼니도 어김없이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반면 ‘문재인테마주’는 전멸했다. 본인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지만 대선 진출의 교두보로 꼽히는 낙동강벨트(부산·경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탓이다. 대표적인 문재인테마주로 꼽히는 우리들생명과학과 우리들제약을 비롯해 바른손 유성티엔에스 등이 모두 하한가로 곤두박질쳤다. 안철수테마주는 야당 패배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었다. 안철수연구소는 물론 잘만테크 우성사료 등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입지가 좁아진 문 상임고문을 대신해 안 원장이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이유에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이번 선거 결과를 토대로 대선이 박 위원장과 안 원장의 양자 대결로 갈 것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현재 동양증권 스몰캡팀장은 “대다수 정치인테마주가 실적보다는 ‘누가 누구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상승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며 “개인투자자들도 이런 사실을 알지만 타이밍만 잘 맞추면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욕심에 뛰어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 공약 수혜주도 올라

새누리당이 내건 정책 관련 수혜주도 이날 상승세를 탔다. 청년 일자리 창출 관련주가 대표적인 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인 사람인에이치알과 공무원 교육사업을 벌이고 있는 윌비스, 취업 포털 커리어넷의 대주주인 에스코넥 등 일자리 관련주들은 일제히 상한가로 치솟았다.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세운메디칼솔고바이오, 바이오스페이스는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노인복지 강화에 따른 수혜주로 분류되면서 역시 상한가 대열에 들어갔다. 두올산업(14.99%) 한국선재(6.41%) 홈센타(7.23%)는 박 위원장이 재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동남권 신공항 관련주로 묶이면서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야당이 내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사실상 물 건너감에 따라 섬유·의복 업종지수도 이날 0.56% 상승했다. 건설업 지수도 0.14% 올랐다. 새누리당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하기로 함에 따라 침체에 빠진 부동산시장에 온기가 돌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오상헌/임근호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