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책불확실성 우려하는 외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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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 홍콩/증권부 기자 skim@hankyung.com
“한국형 헤지펀드요? 글쎄요.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투자 콘퍼런스’에서 만난 글로벌 헤지펀드의 펀드매니저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놓고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외국인의 어법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정적인 대답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출범 3개월 만에 5000억원을 넘었으면 괜찮은 출발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은 두고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한국 특유의 쏠림 현상이다. 그는 “한국 시장의 장점은 새로운 상품이 선보이면 모든 사람들이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시간이 지나 인기가 시들해지면 모든 사람들이 빠져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초기 실적만으로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건 무리라는 얘기였다.
그가 꼽은 두 번째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이었다. 그는 “헤지펀드 특성상 리스크가 적지 않은 대상에 투자하는데, 그런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충분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헤지펀드 운용경험이 없는 한국 시장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가서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할 의사가 없느냐”고 슬쩍 떠보았다.
이에 대해 그는 “제의가 와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나 생활환경이 홍콩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언제 새로운 규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측하지 못하는 규제가 생겨 수익률이 형편없을 경우 펀드매니저가 책임져야 하는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말도 했다.
다른 외국인 투자가도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해 지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작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사건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시장을 아예 죽이는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정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반대의 대책을 내놓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 증시는 많이 성장했다. 내로라하는 IB나 헤지펀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구심은 외국인 투자가에게 여전한 것으로 느껴졌다.
김석 홍콩/증권부 기자 skim@hankyung.com
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투자 콘퍼런스’에서 만난 글로벌 헤지펀드의 펀드매니저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대놓고 부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는 외국인의 어법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정적인 대답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출범 3개월 만에 5000억원을 넘었으면 괜찮은 출발 아니냐”고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은 두고봐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가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번째는 한국 특유의 쏠림 현상이다. 그는 “한국 시장의 장점은 새로운 상품이 선보이면 모든 사람들이 몰려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는 역설적으로 시간이 지나 인기가 시들해지면 모든 사람들이 빠져 나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초기 실적만으로 한국형 헤지펀드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건 무리라는 얘기였다.
그가 꼽은 두 번째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이었다. 그는 “헤지펀드 특성상 리스크가 적지 않은 대상에 투자하는데, 그런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충분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헤지펀드 운용경험이 없는 한국 시장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 가서 헤지펀드를 직접 운용할 의사가 없느냐”고 슬쩍 떠보았다.
이에 대해 그는 “제의가 와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나 생활환경이 홍콩보다 낫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언제 새로운 규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측하지 못하는 규제가 생겨 수익률이 형편없을 경우 펀드매니저가 책임져야 하는 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말도 했다.
다른 외국인 투자가도 금융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해 지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작년 주식워런트증권(ELW) 사건이 발생하자 금융당국이 시장을 아예 죽이는 정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정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반대의 대책을 내놓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 증시는 많이 성장했다. 내로라하는 IB나 헤지펀드도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정책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구심은 외국인 투자가에게 여전한 것으로 느껴졌다.
김석 홍콩/증권부 기자 s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