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시에 사는 개인들의 해외 직접투자를 허용키로 했다. 중국이 민간 해외투자를 개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6000억위안(100조원)의 자금을 보유한 원저우 상인들의 해외 진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의 이런 조치가 2~3년 후에는 전면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은 물론 부동산·원자재 시장 등에 또다시 ‘중국 열풍’이 몰아칠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저우시, 금융개혁

'원저우 상인' 해외투자 허용…한국 땅 사러 몰려올까
중국 국무원은 원저우시를 ‘금융종합개혁실험구’로 지정, 개인의 해외투자를 허용하고 민간 금융기관 설립을 자유화하기로 했다고 29일 신화통신 등이 보도했다. 국무원은 “원저우시는 민간경제가 발달해 있고 민간자금도 충분해 금융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빈발하고 있는 사채(私債) 문제를 해결하고 원저우를 민간경제의 모범지역으로 육성하기 위해 ‘실험구’ 지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원저우시는 국무원에 △개인은 건당 투자 규모 300만달러 이내 △집단투자의 경우 건당 1000만달러 이내 △1인당 연간 2억달러 이내에서 개인의 해외 직접투자를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궈톈융(郭田勇) 중앙재경대 교수는 “국무원은 조만간 해외투자 등과 관련한 시행세칙을 제정할 예정”이라며 “이런 조치는 향후 2~3년 안에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해외투자 활발

전문가들은 정부가 원저우 주민들에게 해외투자를 허용한 것에 대해 과도한 외환보유액에 따른 압박을 줄이고 해외 첨단기업 M&A 등을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경제평론가인 예탄(葉壇)은 “중국 경제구조의 업그레이드는 해외 M&A를 통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원저우가 향후 해외 기업 인수의 출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저우에는 민간자금이 6000억위안가량 있다. 지난해 원저우의 해외투자 잔액은 5352억달러(원저우 시정부 집계), 외화자금 송금도 2139억달러에 달했다. 저우샤오핑(周小平) 원저우시 상무국 대외경제합작처장은 “원저우 출신 해외 화교만 60만명에 달하기 때문에 이들을 활용한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원저우 상인들의 전통적인 투자 영역이 기업보다는 주로 부동산 광산 등에 집중돼왔다는 점에서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태영호 한국상회 원저우지부 회장은 “중국 부동산 투기의 배후에 원저우 상인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들이 제주도 같은 곳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부동산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원저우(溫州) 상인

상술과 사업기질이 뛰어나 ‘중국의 유대인’으로 불린다. 개혁·개방 이후 전기 전자 신발 피혁 등 수출산업에서 번 돈을 기반으로 거대한 민간 사채시장을 형성한 뒤 부동산 등에 투자해 큰 부를 축적했다. 한때 상하이의 고층빌딩은 모두 원저우 상인 소유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