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한국인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을 세계은행(World Bank) 총재 후보로 지명하자 세상은 다들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세계은행은 지난 1968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인이 계속 총재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유럽 몫으로 배정해오던 것과 함께 지금까지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미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깜짝 카드'라고 평가한다.

미국이 지명한 후보를 세계은행이 거부한 적은 없기 때문에 김 총장은 무난히 총재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현 총재의 임기는 오는 6월로 끝난다.

새 총재를 선출할 시기가 다가오자 이번에도 미국인이 차기 총재로 거론됐다.

로런스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백인 남성이 또 세계은행 총재직을 맡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체 후보를 지명하는 등 백인이 또 총재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쪽의 반발이 심했다.

이들은 각자 자기 대륙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 미국을 압박했다.

이런 와중에 서머스 의장이 개인적인 구설수에 올랐다.

하버드대 총장 시절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인물난을 겪던 미국은 한국 출신인 김용 총장은 새 총재로 내세움으로써 신흥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명사실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기구를 이끌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면서 "세계은행 총재에 김 총장보다 더 적임자는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서머스 전 의장의 과거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자 신흥국들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미국의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는 김 총장을 후보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다트머스대 출신으로 김 총장을 잘 아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김 총장을 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에서 아시아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출신 인사를 내세움으로써 중국 등 신흥국의 반발을 잠재우고 한편으로는 지지도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