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카드로 신흥국 반발 무마·영향력 유지
세계은행은 지난 1968년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미국인이 계속 총재를 맡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유럽 몫으로 배정해오던 것과 함께 지금까지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었다.
따라서 미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정을 '깜짝 카드'라고 평가한다.
미국이 지명한 후보를 세계은행이 거부한 적은 없기 때문에 김 총장은 무난히 총재로 선임될 것으로 예상된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현 총재의 임기는 오는 6월로 끝난다.
새 총재를 선출할 시기가 다가오자 이번에도 미국인이 차기 총재로 거론됐다.
로런스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이 유력 후보로 꼽혔다.
그러나 백인 남성이 또 세계은행 총재직을 맡는다는 비판이 일었다.
일부 나라에서는 자체 후보를 지명하는 등 백인이 또 총재 자리에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쪽의 반발이 심했다.
이들은 각자 자기 대륙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 미국을 압박했다.
이런 와중에 서머스 의장이 개인적인 구설수에 올랐다.
하버드대 총장 시절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은 것이다.
인물난을 겪던 미국은 한국 출신인 김용 총장은 새 총재로 내세움으로써 신흥국들의 반발을 무마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명사실을 발표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기구를 이끌 적임자를 찾고 있었다"면서 "세계은행 총재에 김 총장보다 더 적임자는 없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서머스 전 의장의 과거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자 신흥국들의 입장을 반영하면서 미국의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는 김 총장을 후보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다트머스대 출신으로 김 총장을 잘 아는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비롯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김 총장을 천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에서 아시아의 입김이 강해진 것도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출신 인사를 내세움으로써 중국 등 신흥국의 반발을 잠재우고 한편으로는 지지도 얻어낼 수 있다는 계산을 했다는 것이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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