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가깝다고…같은 단지·평형에도 5000만원 차이
“걸어서 5분가량 더 걸리는데 집값은 5000만원이나 낮네요.”

회계사 남편을 둔 결혼 5년차 주부 윤모씨(33)는 서울 잠실동 잠실리센츠(옛 주공2단지) 아파트를 매입하려고 가격을 알아보던 중 특이점을 발견했다. 같은 단지에 동일 평형의 로열층 아파트임에도 값이 5000만원이나 차이가 났다. 윤씨는 “지하철 2호선 신천역 8번 출구에서 걸어서 1~2분 걸리는 228동 전용면적 85㎡ 매매가는 9억2000만원이었지만 빠른 걸음으로 5~7분 걸리는 216동은 8억70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며 “지하철역 도보 1분 거리가 1000만원 값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1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2000여가구 이상의 대단지에서 지하철역과 가까운 동과 먼 동의 같은 평형대 가격차가 크게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실리센츠 전용 85㎡ 호가는 방향, 조망권, 층수 등에 따라 8억4000만~10억2000만원으로 형성돼 있다.

잠실리센츠 인근 부자아빠공인의 옥성준 사장은 “지하철역과 가깝고 한강 조망권까지 확보하고 있는 전용 85㎡는 평균 9억7000만~10억원으로 다른 동보다 5000만원 비싸다”고 전했다.

잠실동 국제공인의 전현주 사장은 “과거에는 남향에 로열층을 찾는 고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출퇴근이 편리한 초역세권을 찾는 수요층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하철역 가깝다고…같은 단지·평형에도 5000만원 차이
총 4494가구에 이르는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은 지하철 3·8호선 환승역인 가락시장역과 가까운 아파트가 5000만~1억원가량 비싸다. 역과 5분 거리인 전용 117㎡형은 9억5000만원, 15분 거리에 있는 같은 평형은 8억5000만원 수준이다.

문정동 호돌이공인의 이향 사장은 “전용 85㎡형은 역과 얼마나 가깝느냐에 따라 3000만~5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대단지인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인근에 있는 잠실파크리오(옛 잠실시영)와 신천역 인근 잠실엘스(옛 주공1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잠실엘스 인근 JS공인 관계자는 “5000여가구가 넘는 대단지이기 때문에 같은 단지 내에서도 거리 차이가 크다”며 “3000만~500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잠실주공 재건축 단지 가운데 상대적으로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잠실레이크팰리스(옛 주공4단지)는 전용 84㎡가 8억~9억3000만원으로 역세권 단지에 비해 4000만~5000만원가량 낮다.

잠실동 M공인 관계자는 “석촌호수 근처라는 장점이 있지만 2호선 잠실역이 걸어서 15~20분 정도 떨어져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고 말했다.

심은지/고은이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