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악의 핵참사인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 경험
소련서 독립후 세계3위 핵무기 스스로 포기해 또 주목

우크라이나는 소련 붕괴와 함께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슬라브 국가다.

인구 4천500만 명에 유럽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큰 영토를 차지하고 있으며 흑토지대로 불리는 광활하고 기름진 농지와 석탄, 철강 등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공통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서부 지역은 폴란드를 비롯한 이웃 유럽 국가들과의 유대가 끈끈하다.

반면 산업 중심지인 동부와 흑해연안의 크림반도에선 러시아인이나 러시아어 사용인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친(親) 러시아 성향이 강하다.

러시아 흑해함대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항에 주둔하고 있다.

이 같은 이중성 때문에 친(親)러시아주의와 친서방주의가 자주 충돌하고 있다.

소련에서 독립한 후 한동안 정치ㆍ경제적 혼란을 겪던 우크라이나는 2004년 '오렌지혁명'으로 불리는 민주시민혁명으로 친서방 성향의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한동안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등 서구화 노선을 걸었다.

국내외의 기대와 관심 속에 출범했던 혁명 정부는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혁명 진영 내부의 분열과 경제난으로 어렵게 통치를 이어가던 유셴코는 결국 2010년 대선에서 자신의 정적이던 친러시아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말았다.

야누코비치는 집권 이후 친러시아주의자로서의 이미지를 벗고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는 균형외교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무엇보다 핵 문제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나라다.

1986년 발생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는 지금까지도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핵참사로 남아있다.

원자로 폭발로 방출된 다량의 방사성 물질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원전 인근의 생태계를 송두리째 파괴한 무시무시한 참사였다.

그 위력은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의 400배에 이르렀다.

지금도 수많은 피폭자가 암과·백혈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원전 반경 30㎞ 이내 지역은 여전히 사람이 살 수 없는 통제구역으로 묶여 있으며 원전 주변의 방사능 수준은 현재도 정상치를 크게 웃돌고 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2006년 자체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 3개국에서만 20만 명이 체르노빌 사고로 사망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앞으로 9만3천명의 피폭자가 암으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세계 62개 의료단체 모임인 '핵전쟁 방지를 위한 의사회'는 원전사고 처리요원 54만 명이 불구자가 됐으며, 이 중 최소 5만 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폭발한 원자로 4호기를 덮어씌운 콘크리트 방호벽에 금이 가는 등 붕괴 우려가 커지면서 EU와 다른 서방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추가 철제 방호벽을 덧씌우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핵 문제로 또다시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된 건 자발적 핵무기 포기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는 1991년 독립 이후 소련으로부터 176기의 핵미사일(대륙간탄도미사일)과 1천800여개의 핵탄두를 물려받아 세계에서 3번째로 핵을 많이 보유한 국가가 됐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였다.

우크라이나는 미국, 러시아와의 수년간에 걸친 협상 끝에 1994년 미국ㆍ러시아ㆍ영국 3개국으로부터 집단안전보장을 약속받고 미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받는 조건으로 소련에서 물려받은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는 협정서에 서명했다.

이후 프랑스와 중국도 우크라이나의 집단 안전보장 약속에 참여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핵폐기에 따른 경제적 보상에 대해 별도의 협상을 벌여 약 2억 달러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같은 합의에 따라 핵폐기에 착수한 우크라이나는 1996년 6월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로 이전하면서 핵폐기 완료를 선언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90kg의 고농축우라늄(HEU) 전량을 올해 제2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까지 완전히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우크라이나 사례는 '보상 대 폐기' 원칙에 기초한 가장 성공적 핵폐기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또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가장 적용 가능성이 높은 모델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키예프<우크라이나>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