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14일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직후 “정치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적 성과를 잃을 뿐 아니라 문화대혁명 같은 비극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어서 주목을 끈다. 금기 단어인 ‘문화대혁명’까지 언급하며 공산당과 정치지도자들을 향해 작심하고 발언한 것이다. 그가 왜 갑자기 이런 발언을 했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치개혁에 대한 자기 ‘책임감’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원 총리가 “빈부격차와 불공평, 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제개혁만이 아니라 공산당에 과도하게 쏠린 권력을 분산하는 등 정치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중국 권력층 내 권력 투쟁을 고의적으로 노출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정치국 상무위원 9명을 선출하는 오는 10월의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상무위원 인선에서부터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원 총리가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시도 사건과 관련, 태자당 소속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를 정면 비판한 것만 봐도 그렇다. 보시라이는 결국 원 총리의 발언 하루 만인 어제 충칭시 당서기에서 해임됐고 상무위원 진입도 물거품이 됐다.

현재 중국 공산당 권력은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공청단파와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이 이끄는 태자당이 대립하는 가운데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상하이방이 태자당을 측면 지원하는 구도로 알려져 있다. 중국 차기 지도자로 내정된 시진핑 국가 부주석 역시 태자당 소속이다. 원 총리는 중립 성향이지만 후진타오에 가까운 편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차기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태자당 측이 지나치게 부상하자 원 총리가 일종의 견제구를 던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배경에서든, 경제성장이 민주화를 수반한다는 것은 거의 법칙에 가깝다. 또 이 과정에서 권력구조가 위기에 직면하고 새로운 권력과 낡은 권력 사이에 투쟁이 표면화되면서 내부로부터의 붕괴가 나타나게 된다. 물론 갈등이 성공적으로 해결되면 중국 민주화는 한 단계 성숙되겠지만 잘못되면 천하대란적 상황, 다시 말해 원 총리가 말한 문화대혁명적 상황이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금 중국 정치 동향이 비상한 관심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