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 "정치적 해결" 촉구..시리아 양측 거부
유엔 안보리 12일 고위급 회동..결의안 합의 난망

시리아의 유혈사태를 끝내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좀처럼 사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특사로 나서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과 두 차례 면담하고 정치적 대화를 촉구했지만, 아사드 측은 물론 반정부 세력으로부터도 신통한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랍연맹(AL)은 정전 등을 아사드 정권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나, 러시아의 반대로 아사드 정권에 대한 퇴진 요구는 빠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은 시리아 사태 개입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치적 대화" 촉구에 반응 '싸늘' = 유엔과 아랍연맹(AL)의 공동특사 자격으로 시리아를 방문한 아난 전 총장은 11일(현지시간) 전날에 이어 다시 아사드 대통령과 만나 즉각적인 정전과 정치적 대화, 구호 기구의 주민 접촉 허용, 수감자 석방 등을 촉구했다.

아난 전 총장은 두 번째로 아사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1년간 이어지는 유혈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상황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고 위기를 끝내는 절차를 개시하는데 도움을 줄 제안들을 내놨다"며 "아사드 측의 현실적인 대응은 변화와 개혁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난은 "상황이 어렵지만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고위 외교관은 "회담이 허사로 끝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뉴욕 유엔본부 외교관들도 정부군이 아난과 아사드가 1차 회담을 하고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전날 늦게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에 진격하자 아난의 중재 노력을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1차 회담에서 아사드 대통령도 테러 단체들이 시리아를 위협하는 한 정치적 해결은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

또 반정부 시위는 테러리스트들이 외국의 음모를 수행하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고 시리아 국영통신은 보도했다.

아사드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반정부 세력을 완전히 소탕할 때까지 어떤 협상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난 특사의 정치적 대화 제안은 반정부 세력의 반발도 샀다.

망명 반체제 단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는 아사드 정권이 학살을 지속하는 상황에서 대화를 촉구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반정부 세력의 상당수는 외국의 군사적 지원을 원하고 있다.

◇AL, 러시아 반대로 정권 퇴진 요구 없는 결의안 채택 = AL은 10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 회담을 하고 시리아 사태에 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

결의안은 아사드 정권에 대해 폭력 행사를 즉각 중단하고 평화시위를 보장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을 하고 구호 기구의 주민 접촉과 언론들의 안전한 취재를 허용할 것 등을 촉구했다.

또 시리아 야권에 대해 단합해서 진지한 대화를 할 태세를 갖추기를 요구하고 유엔 안보리에도 국제적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AL은 다만 당초 결의안에 포함된 아사드 정권 퇴진 요구는 철회했는데, 이는 새 결의안에 대해 러시아의 지지를 끌어내려는 조치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해 이 회의에 참석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시리아에 대한 외국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혔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는 어떤 정권도 보호하지 않는다.

외부인들은 각 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다룰 때 매우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셰이크 하마드 빈 자심 카타르 총리는 "(시리아에) 무장 범죄 집단은 없으며, 조직적인 학살만 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나빌 알 아라비 AL 사무총장은 "AL은 시리아 문제를 외국 개입 없이 풀려고 모든 수단을 시도했다"며 아사드 정권에 대해 유엔과 AL의 중재에 협조할 것을 촉구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그동안 아사드 정권을 규탄하는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대해 유엔 안보리와 총회에서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중국 외교부 장밍(張明) 부장조리는 11일 리야드에서 걸프협력이사회(GCC)의 압둘라티프 알 자야니 걸프협력이사회 사무총장과 만나 시리아 사태 해법을 논의했다.

유엔 안보리는 12일 고위급 회담을 열고 시리아 사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국이 시리아의 정권 교체를 지지하는 결의안만 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고위급 회담 와중에 러시아의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동하지만 양측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또 유럽연합(EU) 외교관들도 오는 23일 브뤼셀에서 시리아에 대한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시리아에 대한 군사 개입에 대해선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백악관 관리는 최근 기자들에게 외국의 군사개입은 시리아 내 인도주의적 위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회의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시리아와 리비아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리비아는 군사 개입을 통해 무아마르 카다피군의 진격을 막고 민간인 보호구역을 만들 수 있었지만, 시리아군은 주민들과 많은 측면에서 섞여 있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시리아의 체계적이지 못한 반정부군이 33만 명의 병력과 가공할 방공 시스템을 보유한 시리아군에 심각한 위협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군, 반군 거점 이들리브 장악 = 시리아군은 반군의 거점인 이들리브 지역에 대한 이틀째 공격으로 사상자가 속출했다.

국영 SANA 통신은 북부 알레포에서 테러범이 복싱 챔피언인 기아트 타이푸르를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시리아군은 이들리브에 진입하기 전 시가지를 포위한 채 수십 대의 탱크를 앞세워 몇 시간 동안 포격을 가해 11일에만 최소한 34명이 숨졌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밝혔다.

이 단체에 따르면 사망자는 민간인 15명, 정부군 14명, 반군 5명이다.

정부군은 민간인이 탈출하지 못하게 이들리브의 주요 출구를 봉쇄했으며, 반군도 자동화기 등으로 반격에 나서 정부군의 무장 트럭 6대를 파괴하고 헬리콥터 1대를 격추했다고 현지 활동가가 전했다.

이들리브에는 1천여 명의 반군이 있었지만 대부분 고작 소총을 가진 데다가 탄약도 부족하고, 보급선도 끊겨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군은 이들리브를 점령하고서 이곳의 시골 지역, 특히 지스르 알 슈구르 지구에 병력을 전개 중이라고 인권단체 시리아 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 라흐만 소장이 밝혔다.

라흐만 소장은 알 자우디예 지역에서 11일 이른 아침부터 탈영 반군과 정부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따라 홈스처럼 이들리브에서도 정부군에 의한 민간인 대량학살이 자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군은 반군의 최대 근거지인 홈스의 중심부 바바 아므르 지역을 수 주 동안 포위해 지난 1일 점령했으며 이 지역에서 수백 명을 몰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루트·다마스쿠스 AP·AFP·신화=연합뉴스)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