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건넨 건설사에 재개발·재건축 안맡긴다
서울지역 재개발·재건축 입찰에서 금품·향응을 제공했다 처벌받았거나 조합 총회에서 시공사로 선정됐는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맺지 않은 건설사들은 참여가 제한된다.

서울시는 재개발·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일을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이 같은 부정행위를 한 건설사에 대해선 입찰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공관리 시공자 선정기준 개정안’을 마련, 15일 시행한다고 11일 발표했다.

개정된 기준은 서울 시내 442개 공공관리대상 재개발·재건축 지역 중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399곳에 적용된다. 공공관리제도에 따른 첫 번째 시공사 선정지역인 답십리 대농·신안재건축조합과 고덕주공2단지 등이 이 기준에 따라 다음달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입찰 참여를 제한받는 건설사는 △총회에서 선정된 후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업체 △금품·향응 등을 제공했다가 처벌받은 업체 △용역업체를 동원해 주민들로부터 서면결의서를 받는 등 개별홍보 금지 규정을 위반한 업체 등이다.

서울시는 지난 2월초 개정된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벌칙 규정이 신설됐으나 임직원 처벌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보고 회사 영업활동을 제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임우진 서울시 공공관리정책팀장은 “공공발주가 아닌 조합과 건설사 간 민간계약에 시공사 선정여부를 강제할 수 없다”며 “정비사업 정보가 공개되는 만큼 이 같은 기준이 알려지면 조합 및 조합원 간 상호 견제를 통해 문제 있는 건설사를 자율적으로 배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의 입찰 제한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형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조합과 조합원에게 건설사 입찰참여 제한을 맡기면 구성원 간 견해 차이로 갈등을 빚을 수 있고, 부정행위 전력이 있는 건설사가 사업성이 좋은 제안을 내놓으면 구역 내부의 찬반 의견이 대립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개정 기준에서 정비사업 용역업체가 조합원을 개별 방문해 서면결의서를 받는 것을 금지했다. 또 건설사가 재개발·재건축 구역의 사업성을 충분히 분석한 뒤 입찰하도록 입찰 전 검토기간을 현행 33일에서 45일로 연장했다.

부실한 설계도면이 향후 공사비 증액과 계약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건설사가 설계도면 작성 시 국토해양부 장관이 고시한 ‘주택설계도서 작성기준’을 따르도록 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