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독후감 경영

어려울 때 경영지침 책에서 얻어…직원에게 책선물하며 즐거운 '강요'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

‘뿌잉뿌잉~.’ 한 직원이 보낸 이메일의 마지막 인사말이다. 처음 들어보는 말이어서 검색을 해보니 인기 시트콤에서 시작된 국민 유행어란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메일이기에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그것도 사장에게 저런 단어를 쓸까 하고 의문이 생길 거라 믿는다.

나는 매달 말, 100여명의 전 직원에게 독후감을 메일로 제출하라고 ‘강요’한다. 이 특별한 숙제를 내준 지도 벌써 5년이 넘었다. 물론 학창 시절, 선생님의 매 앞에서도 꿋꿋이 독후감을 내지 않던 말썽쟁이들이 분명 우리 직원 중에도 있겠지만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책 한 권은 읽어야 한다는 것은 나의 오랜 신념이기도 하다.

내가 ‘독후감 경영’을 해오고 있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열정만으로 지금의 회사를 인수해 성장을 도모하며 어려웠던 적이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열정뿐인 노력은 한계가 있었고 슬럼프가 찾아왔다. 이를 이겨내야 성공이 온다는 믿음은 있었지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했다.

당시 거리를 배회하며 작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얻고자 했던 내 눈에 대형 서점이 띄었고 만화에서처럼 전구가 번쩍 하더니, 무작정 발길이 그곳으로 향했다. 카트를 끌고 온 서점을 누비며 인문사회, 과학, 역사, 문화 등 여러 분야의 관련 서적을 담고 집으로 와 몇 날 며칠을 책만 보았다. 족히 50권은 되었으리라. 그 누구의 말도 들리지 않던 시간이었다. 책과의 짧은 동거를 마치고 나니, 무언가가 내 머리를 스쳤다.

“내부 고객 만족 없이 회사 성장은 없다.” 어찌 보면 진부하기 짝이 없는 깨달음이었지만 그 진리를 책에서 얻은 뒤, 나는 ‘책’을 더욱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 매달 직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선물해 독후감 경영을 실천하면서 보다 넓은 시야로 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분명히 당시보다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자부한다. 그리고 나는 내가 겪었던 그 값지고 행복한 경험을 우리 직원들과 나누고 싶었다.

다행히도 직원들은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이제는 독후감과 더불어 자신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까지 덤으로 선사해주고 있다. 뜨거운 물에 손을 데었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고, 이런 메뉴가 개발됐으면 좋겠다며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한다. 1년 열두 달 내내 멋쩍게 감기 조심하라는 형식적인 인사만 적어 보내곤 하던 여직원이 이제는 소개팅 일화를 술술 전해올 정도니 단순한 독후감 그 자체를 넘어 새로운 소통 창구로 기능하는 것이다.

나는 소중한 우리 직원들이 인생의 해답을 스스로 찾기 바란다. 서점 가득한 책내음에 들뜨며 책이 주는 소중한 순간을 꼭 느꼈으면 한다. 10년, 20년이 흐른 뒤에도 내가 비록 독후감을 매달 쓰게 한 독한 사장으로 기억될지언정 책과 이메일을 통한 우리만의 교감을 기억했으면 한다.

문창기 < 이디야커피 대표 ceo@ediy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