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곽노현 식 '대못 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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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심 앞두고 인사파행 일삼아
윤리적 법리적으로 형평성 잃어
법치와 절차 존중해야 교육 살아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
윤리적 법리적으로 형평성 잃어
법치와 절차 존중해야 교육 살아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
곽 교육감은 지난달 29일 관공서의 관행상 승진 1순위인 총무과장을 산하기관으로 전보 발령했다. 같은 직급이긴 하지만 사실상 좌천인사였다. 교육감이 무리하게 강행한 인사를 총무과장이 언론에 알린 일종의 ‘괘씸죄’ 때문이라고 한다. 곽 교육감은 노조위원장이 인사횡포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비노조원에게 메일로 보내려 하자 이메일 발송기능을 정지시켰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지난 2일 발송기능을 회복시켰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자신의 측근으로 구성된 비서진 5명을 편법을 동원해 7급에서 6급으로 파격적으로 승진시킨 바 있다. 여기서 편법이란 이들의 정상적 승진이 어려우니 일단 사표를 내게 하고, 이들에게 다시 상위직급 발령을 낸 것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교육감 측의 해명은 이들이 워낙 수고와 고생을 아끼지 않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일반인들에게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어느 비서직이나 충정어린 사람들로 구성돼 나름대로 고생을 하는 데다, 일반직의 경우라면 6급 승진에 7년 이상 소요되는데 이들의 근무기간은 채 2년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과 같은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전교조 출신 교사 3명을 공립고에 발령 낸 사실도 무리를 빚고 있다.
이런 교육감의 인사행태를 보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기에 찬 ‘대못 박기’가 연상되는 것은 결코 필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차이가 있다면 노 전 대통령은 임기만료 전에, 곽 교육감은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 무리수를 둔다는 정도다. 그러나 정작 큰 차이는 다른 데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선거자금 문제가 불거졌을 때, 자신의 선거 자금이 상대후보 선거 자금의 10분의 1을 넘으면 ‘특단의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큰 범죄’는 단죄하고 ‘작은 범죄’는 용서할 수 있다는 국민 정서에 호소하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법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최고 권력자가 국민들을 상대로 언급할 내용이 아니다. 그렇기는 해도 당시 일부 국민들로부터 정치적 호응을 얻은 전임 대통령에 비하면 서울 교육감의 경우는 설상가상(雪上加霜) 격이다.
곽 교육감은 취임 이후 ‘작은 뇌물’에 연루된 몇몇 교장에게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내린 장본인이다. ‘작은 뇌물’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의 교장이 수뢰한 금액이 그가 ‘선의(善意)’로 공여한 액수에 비하면 하잘 것 없기 때문이다. 작은 뇌물은 가차 없이 중징계하면서 비록 선거와 관련돼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거액 공여를 선의로 포장한다는 것은 형평의 차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문제다.
사법부의 판단에 맡겨진 일을 두고 시비를 걸어 왈가왈부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첫째, 법리적으로 법학 교수였던 자신도 잘 아는 ‘황금률(남에게 대접받고 싶은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윤리지침)’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공여자와 수뢰자가 같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둘째, 윤리적으로 교장 문책과 같은 차원에서 죄를 물어야 한다. 오히려 액수의 측면에서 곽 교육감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셋째, 교육적으로 법치 존중의 전례(典例)를 보여줘야 한다. 교육자라고 해서 거창한 이상을 내세워 티끌 한 점 없이 살라는 말이 아니다. 최종심을 앞두고 막판에 몰린 사람처럼 파행을 일삼을 것이 아니라 교육감으로서 합당한 절차를 존중하는 모습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보여달라는 것이다.
김정래 <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duke77@bnue.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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