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요한 씨 의로운 죽음 2년…모교서 '명예졸업장'
“아들이 숨진 게 2년 전 이맘땝니다.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는 대신 해외 봉사를 선택해 허락했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지난 22일 경남 사천 평화리 사천교회에서 만난 정계규 씨(55·목사)는 아들 고(故) 정요한 씨(사망 당시 25세·성균관대·사진)의 사진을 어루만지다 끝내 눈물을 떨궜다. 정씨는 이날 성균관대가 해외봉사 활동 중 봉사단원 3명을 구하고 숨진 아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려 24일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명예박사가 아닌 명예졸업장은 성균관대 설립 이래 세 번째”라고 밝혔다. 정요한 씨는 2009년 12월21일 봉사 활동을 하기 위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의 한 밀림으로 떠났다. 비행기를 두 번 갈아타고 자동차로 3시간, 걸어서 2시간을 가야 하는 오지였다.

비극적인 사고는 봉사 활동을 모두 마치고 정글을 빠져나온 뒤 터졌다.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시의 숙소 근처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던 한국 봉사단 여성 3명이 파도에 휩쓸려 물에 빠졌다. 이를 지켜본 정씨와 김성현 씨(사망 당시 20세·연세대)는 망설임 없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결국 물에 빠진 여성들을 구했지만 정작 본인들은 힘이 빠져 파도 속으로 사라졌다. 정씨는 그렇게 세상과 결별했다.

아버지 정계규 씨는 아들의 사고 소식을 접한 2010년 1월3일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믿기지 않았다”며 “말레이시아에서 실려온 아들의 싸늘한 시신과 맞닥뜨렸을 때 망연자실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요한 씨는 2010년 7월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 공로로 국가로부터 ‘의사자증서’를 받고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정씨의 아버지는 국가로부터 받은 1억9000만원과 사재를 보태 3억원 규모의 재단 ‘요한기념사업회’를 만들었다.

아버지 정씨는 60세가 되는 해에 은퇴하고 아들이 봉사했던 보르네오 섬으로 이사갈 예정이다. 그곳에서 NGO단체를 설립, 그곳의 원주민들을 위해 봉사하다가 생애를 마감할 것이라고 했다.

사천=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