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집 주변서 붙잡아".."삼성이 해명·사과해야"
업무방해 혐의 고소..삼성물산 "다른 업무로 갔다가 사고난 것"
CJ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 미행"
CJ그룹은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한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삼성그룹에 대해 "책임있고 성의 있는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CJ그룹은 23일 "지난 21일 오후 이 회장 집 앞에서 이 회장을 며칠간 미행해 오던 사람의 자동차를 세우려다 사고가 나 신분을 확인한 결과 삼성물산 직원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CJ는 경찰에 교통사고를 신고한 뒤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 남자가 삼성물산 감사팀 소속 김모(42) 차장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CJ는 이날 김 씨를 업무 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CJ는 지난 17일 김 씨가 미행차량을 바꿔가면서 이 회장을 집을 맴돈 사실을 폐쇄회로TV(CCTV) 분석을 통해 확인하고 그룹 차원에서 대응했다.

CJ는 김 씨의 동선을 파악하고 21일 오후 역추적해 렌터카 업체에서 차량을 바꾸는 장면을 증거로 촬영했다.

이어 같은 날 저녁 이 회장 집 앞에서 미행을 유도한 뒤 차를 가로막는 과정에서 CJ직원이 김씨의 차량에 무릎을 치였다고 설명했다.

CJ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입장 발표에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면서 "세계 초일류 기업인 삼성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측은 "사실 관계부터 확인을 해봐야 한다"면서 반응을 자제했다.

사고를 낸 김 씨는 삼성물산 건설 부문 감사팀에서 사업성 진단(컨설팅) 업무를 하는 직원으로 파악됐다.

삼성물산측은 이에 대해 "장충동 신라호텔 인근 부지 활용 방안을 찾으러 다니던중 21일 접촉사고를 냈고, 경찰에서 사고조사 처리가 완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날 무단결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 씨가 최근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7천억원대의 상속분 청구 소송을 낸 사건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철 창업주가 남긴 삼성생명 주식 등 차명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단독으로 실명 전환한 것과 관련, 법정 상속분대로 돌려달라는 것이 소송의 요지다.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공개되자 피고인 삼성은 CJ측과 '원만히 해결하자'는 합의를 했고, 이러한 의지를 공개 피력하기도 했다.

이인용 삼성 부사장도 지난 22일 이번 소송과 관련해 "CJ측에서 노력해보겠다고 한 만큼 여전히 잘 해결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만약 이번 사건에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관여했다면 '조급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이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소송이 끝까지 진행된다면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창업주의 차명재산을 독차지한 것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야 하고, 그렇지 못해 패소한다면 삼성생명 주식을 이맹희 씨에게 인도해야 한다.

이러면 삼성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가 흔들리는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맹희 씨의 실질적인 소송 대리인으로 여겨지는 이재현 회장의 거동을 삼성이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과 CJ(당시 제일제당)의 계열분리 문제로 시끄러웠던 1995년 한남동 이건희 회장 집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재현 회장 집 정문 쪽이 보이도록 CCTV가 설치돼 출입자를 감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불거지자 삼성은 CCTV를 철거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