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갈수록 막히는데…은평새길·평창터널 무산 위기
은평뉴타운을 비롯한 서울 서북부 지역의 상습적인 교통 정체를 줄이기 위해 추진 중인 은평새길과 평창터널 건설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다. 환경 파괴와 주거환경 악화를 이유로 환경단체는 물론 관련 자치구까지 반발, 서울시가 사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뉴타운 등 전임시장의 주요 사업들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평새길 사업 등은 상대적으로 소외된 강북의 교통복지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올 상반기 안에 지역 주민 및 환경단체들과 공청회 등을 거쳐 최종 결론을 낼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반대 의견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사업을 취소한다는 게 시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평새길은 터널을 제외한 모든 구간을 지하화하는 쪽으로 지역 주민들과 올초 합의했다”며 “하지만 평창터널은 성북구와 종로구의 반대가 워낙 거세 합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은평새길과 평창터널은 쌍둥이 길로, 하나가 건설되지 않으면 교통 분산 효과가 낮아진다”며 “평창터널 건설이 취소되면 은평새길 사업도 백지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은평새길과 평창터널은 서울시가 민간 자본 3800여억원을 끌어들여 추진하는 사업이다. 출퇴근 시간대 통행 속도가 시속 20㎞ 이하로 정체에 시달리는 서북부 지역의 교통 체증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은평새길은 은평구 불광동 통일로에서 종로구 부암동 자하문길을 잇는 길이 5.72㎞(왕복 4차로) 도로다. 평창터널은 종로구 신영동에서 성북동길을 연결하는 길이 2.32㎞(왕복 4차로) 터널 사업이다.

서울시는 당초 2010년 착공에 들어가 2013년 완공한다는 계획을 2007년 발표했다. 하지만 종로·성북구와 환경단체들이 환경 파괴, 주거환경 악화 등을 이유로 거세게 반발하면서 사업 착공이 2년 가까이 지연돼 왔다. 종로구와 성북구 측은 “평창터널은 북악산을 관통해 환경 훼손이 우려스러운 데다 차량 증가로 주거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은평새길과 평창터널 건설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평뉴타운을 비롯해 고양시 삼송지구 등의 주민 불편이 상당 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