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보온병 같이 생긴 저것이 '아리랑3호' 우주로 실어보낼 日로켓"
듬성듬성 속이 채워진 여러 개의 원통. 모두 합치면 커다란 ‘보온병’이 될 것 같다. “저게 정말 우주로 날아갈 수 있을까.” 일본 나고야에 있는 미쓰비시중공업의 도비시마 공장. 일본산 로켓의 대부분을 만드는 곳이다. 미쓰비시는 21일 한국 취재진에게 ‘H-2A’라는 이름의 주력 로켓을 공개했다. 얼핏 보기엔 엉성했지만 한국이 오는 5월께 쏘아올릴 예정인 ‘아리랑 3호’는 이 로켓의 힘을 빌려 우주공간으로 날아가게 된다. 탑승료는 900억원. 우주개발 전략에 뒤처진 한국이 내야 하는 비용이다.

◆미쓰비시 첫 손님 ‘아리랑 3호’

다목적실용위성인 ‘아리랑 3호’가 탑승하게 될 ‘H-2A’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가운데 가장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듣는다. 2001년 처음 선보인 이후 20차례의 발사 가운데 단 한 번만 실패했다. 발사 성공률이 95%에 이르는 셈이다.

액체연료 로켓은 고체연료 로켓에 비해 상대적으로 구조가 복잡하다. 대신 원거리 제어가 가능하고 대형화가 용이하다는 게 장점이다. 액체연료 가운데 특히 다루기 힘든 것이 수소다. 미쓰비시가 생산하는 로켓은 모두 액체수소를 연료로 사용한다. 액체수소는 비등점이 -235도로 극히 낮기 때문에 탱크와 밸브 배관 등을 철저하게 단열하지 않으면 금방 기체로 날아가 버린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미쓰비시는 지금까지 일본 정부의 발주만 받아오다 최근 들어 해외 비즈니스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국의 ‘아리랑 3호’는 미쓰비시가 맞이한 첫 ‘외국 손님’이다. 미쓰비시는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이번 발사에 아리랑 3호를 포함, 4개의 위성을 한꺼번에 쏘아 올린다. ‘합승’인 셈이다. 스즈키 시게히로 미쓰비시중공업 우주영업부 H-2A 담당 부장은 “현재 서너 개 국가와 위성 발사를 타진하고 있다”며 “아리랑 3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비즈니스 기회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공동개발로 기술격차 메워야

일본의 로켓 개발 역사는 길다. 67년 전인 1955년 이미 ‘펜슬’이라는 이름의 초소형 로켓을 쏘아올렸다. 이후 미국 보잉사의 ‘델타 로켓’ 기술을 들여와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시작했고 1994년엔 100% ‘기술독립’에 성공했다. 앞으로 10년 뒤인 2021년께 첫 로켓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은 한국에 비해서는 한참 앞서 있는 셈이다.

빠른 시간 안에 기술 격차를 좁힐 방법은 없을까. 아사다 쇼이치로 미쓰비시중공업 우주사업본부장은 ‘글로벌 협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분야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려면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로켓을 개발하려는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기술을 교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국가우주개발전략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경민 한양대 교수는 “언제까지 우리 위성을 다른 나라 로켓의 한 귀퉁이에 실어 나를 순 없다”며 “독자적인 우주 능력을 갖고 있어야 앞으로 열릴 미래시장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고 안보적 측면에서도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고야=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