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인근 광역시 청약가능 … 인기지역 더 몰린다
경남 양산시 물금택지개발지구에서 이달 ‘양산 반도 유보라 4차’ 아파트 1210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던 반도건설은 청약을 다음달로 미뤘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주택청약지역 단위가 기존 시·군에서 도 단위로 확대되는 까닭이다. 기존에는 양산시민 대상으로 순위 내 청약을 받았지만 청약지역 단위가 넓어지면 경남·울산·부산 수요자들도 청약이 가능해진다.

회사 관계자는 “3차 아파트 계약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부산시민”이라며 “그동안 부산주민들은 미분양 물량이 생겨야 계약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 순위 내 청약에 참여할 수 있어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분양일정을 늦췄다”고 말했다.

◆건설사들 “청약 미루자”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방 주택청약지역 확대를 앞두고 건설사들이 분양 시점을 대거 미루고 있다.

건설사들은 당초 이달부터 아파트 분양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었다. 지난해 연말 부산 대전 등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선도했던 지역에서 청약 열기가 주춤할 조짐을 보이자 한발 앞서 공급하려는 건설사들이 적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지방 청약지역 단위 확대를 발표한 데 이어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건설사들이 분양시점을 다음달로 미루고 있다.

부산 서대신동에서 아파트를 공급할 예정인 롯데건설 관계자는 “청약에 참가하는 이들이 늘면서 경쟁률과 계약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제도 시행 이후로 분양을 늦췄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지방 청약지역 확대를 담은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법제처 심의 등 관련절차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道·인근 광역시 청약가능 … 인기지역 더 몰린다

◆인기 지역으로 청약 쏠릴 듯

현재 수도권과 달리 지방의 청약단위는 시·군이다. 다음달부터는 같은 도뿐만 아니라 인접한 광역시 거주자도 순위 내 청약에 참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천안시 거주자는 천안 시내에서 공급되는 아파트에만 청약할 수 있었지만 다음달부터는 충남 도내에서 공급되는 물량은 물론 대전광역시 분양에도 참가할 수 있다. 청약단위가 충남·대전, 경북·대구, 경남·부산·울산, 전남·광주 등으로 묶이기 때문이다. 다만 동일 순위에서 경쟁이 있을 경우 해당 시·군 거주자에게 우선권이 돌아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새 제도가 시행되면 청약 양극화가 심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분양대행업체인 내외주건의 김신조 사장은 “선택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수요자들이 인기지역이나 수급 불균형이 심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곳 등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파트 청약 경쟁이 치열한 곳에 살고 있는 실수요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집값과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전북 전주에 사는 김수철 씨(40)는 “전주에선 공급부족으로 아파트값이 계속 오르고 청약 1순위 마감이 이어지고 있다”며 “외지인까지 청약할 수 있게 되면 분양시장이 투기판으로 변하고, 지역 실수요자들의 내집 마련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생활 영역이 광역화되는 추세를 반영했다”며 “실수요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분양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