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자가 알려준 창의성
출판계에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창의성’과 관련된 도서를 쏟아내며 21세기 글로벌 리더나 스마트 인재들을 만들어야 한다고 다그치고 있다. 게다가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매년 직원들에게 창의적인 인간이 되라고 강조하고, 유명강사들을 초빙해 창의 관련 강좌를 강제로 듣게 하기도 한다. 만일 책과 강의나 교육을 통해 창의성이 습득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이즈음 이 나라에는 창의적 인물들로 가득차 넘쳤을 것이다.

필자는 창의적 인물, 아니 창의성의 본질에 대해서 늘 궁금했다. 어떤 이들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키워지는 것으로, 나이가 들고 지식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창의성이 발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과 환경에 의해 길러질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타고난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해답은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땀으로 이뤄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에서 얻을 수 있다. 역사에 흔적을 남긴 창의적 인물들의 삶을 추적해보면 일정 부분 타고나기도 하지만, 후천적 노력이 보태진 뒤에야 완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를 위해서는 진정으로 하고 싶고, 알고 싶은 관심 분야에 열정적으로 몰입해야 한다. 노벨물리학상을 두 번씩이나 수상한 존 바딘은 열 살 때부터 수학문제 푸는 것을 마치 오락처럼 즐겼고, 수학과 사랑에 빠져 살았다. 결국 그는 전자시대의 개막을 알린 트랜지스터를 발명했으며 초전도체이론을 완성했다.

스티브 잡스가 아마존 한가운데서 태어나 생전 컴퓨터조차 접할 수 없었더라면 정보기술(IT) 문명을 바꿔놓은 디지털 도구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잡스는 그 분야에 관한 수많은 정보를 습득했고, 몰입과 사색, 그리고 실천이라는 진화적 과정을 통해 위대한 산출물을 도출해냈다. 처절한 배신과 죽음의 선고를 받기도 했지만, 어떤 것도 그의 창의성을 죽이지는 못했다. 그는 열정에 가득찬 모습으로 생의 마지막을 불태웠다.

우리 문명은 창의성을 가진 위대한 인물들에 의해 물결치고 움직여왔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은 개인이 갖는 호기심과 흥미, 특기를 길러주기보다는 말살시키고 있다. 근시안적 실용주의에 입각한 교육시스템을 지양해야 한다. 가정과 사회에서 개인의 창의성에 불을 지펴줄 수 있는 신뢰와 존중의 교육환경 조성이 시급하다.

타오르는 호기심, 드러나는 신비에 의한 경이감, 뜻밖의 해결책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락지자(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공자의 말은 창의적인 인물의 잠재력을 예견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 외부환경 조성을 통해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혁신적인 세계 IT 거장의 출현을 기대해본다.

서종렬 < 한국인터넷진흥원장 simonsuh@kisa.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