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택지수요 예측 '주먹 구구', LH '미분양 사태' 유발…수조원 손실
국토해양부가 줄어드는 주택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잘못된 인구예측을 토대로 공공택지를 초과 공급해 대규모 미분양 사태를 초래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이로 인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최소 수조원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이 9일 공개한 택지개발사업추진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토부는 2003년부터 10년간 공공택지 429㎢를 조성해 주택 25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2007년 이후 주택 미분양이 늘어나자 2009년부터 주택 공급량을 연평균 10만가구씩 줄였다.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면 택지 공급도 당연히 줄여야 하지만 국토부는 오히려 공급량을 늘렸다. 결국 LH는 국토부의 지시에 따라 2009년부터 2년간 여의도 면적의 5배 정도인 41.1㎢를 초과 공급했고 이 중 29㎢가 미분양돼 심각한 재정 위기에 놓였다. 결국 LH는 23곳의 택지지구 지정을 취소하고 46곳의 사업기간을 연기해 수많은 민원을 유발했다.

국토부가 이처럼 토지를 초과 공급한 것은 인구 수 등 수요예측의 기초자료가 되는 데이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전국 128개 지방자치단체 중 127개가 자기 지역에 사업을 많이 유치하기 위해 목표 유입 인구를 부풀려 신고했는데도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도시계획을 세웠다. 지자체들이 제출한 목표인구 수를 합하면 2010년 기준 실제 인구 수보다 840만명이나 많은데도 별다른 검토 없이 승인한 것이다.

그 결과 경기도 양주시 3개 지구는 지난해 목표인구 35만4000명을 근거로 택지를 공급했으나 1곳은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했고 나머지 2곳은 사업 착수조차 못했다. 이 지역에서만 1조3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감사원은 추산했다. LH가 추진 중인 전국 98개 지구 중 68곳에서 과다 추산된 인구 수를 바탕으로 택지개발을 했고 전체 미분양의 78%가 이들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하면 전국적으로는 LH가 최소 수조원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국토부 장관에게 도시기본계획을 승인할 때 목표인구 수를 합리적으로 추정하고 택지개발지구 지정 시 이를 감안한 수요평가가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