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구가 해외인재 찾아 기업에 연결…입주 업체들 하루 71건씩 특허 출원
당나라 시절 장안이라 불리던 중국 최고(最古) 도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10쯤 떨어진 곳에 거대한 빌딩숲이 펼쳐져 있다. 고급 아파트와 오피스빌딩이 즐비한 이곳은 시안 고신(高新)개발구. 총면적 45㎢에 1만5800개 기업이 몰려 있는 하이테크 산업단지다.

왕룽(王農) 고신개발구 주임은 “올 들어 하루평균 12개 업체가 새로 입주하고 있다”며 “들어오겠다는 회사가 많아 단지를 남쪽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신개발구로 기업들이 몰리는 것은 인재 확보가 쉽기 때문이다. 개발구가 기업을 대신해 채용공고를 내고 이력서를 받은 뒤 선발까지 대신해주는 건 기본이다. 둥샤오타이(董小泰) 고신개발구 인재서비스부 부장은 “기업이 특별 인재를 요청하면 대학을 뒤져 적합한 인물을 찾아주고 경우에 따라선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인재를 물색해준다”고 말했다.

기업이 고용한 고급 인재에겐 파격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연봉 15만위안(2700만원) 이상을 받는 고급 인력은 개인소득세의 40%를 개발구가 내준다.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딴 사람 등 고급 인재에겐 한 사람당 100만위안의 장려금도 지급한다. 직원을 유명 대학이나 세계 500대 기업에 파견만 해도 1년에 10만위안을 준다. 입주 회사의 직원이 세계적인 기업이나 대학과 교류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개발구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기업 환경도 수준급이다. 투자 유치, 기술 거래, 행정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4월에는 전국에서 처음 기술거래소도 문을 열었다. 25개 성·시에서 견학을 올 정도로 관심이 높다. 둥 부장은 “우리가 기업의 원가를 낮추고 효율을 높인다는 생각으로 업무를 하고 있다”며 ”관리시스템까지 특허를 내놨다”고 말했다.

중국 회사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도 몰려들고 있다. 미국 퀄컴은 고신개발구에 지사를 설립키로 확정했다. 작년에만 16개의 글로벌 기업이 지사를 세워 외국 기업 수가 1000개를 넘어섰다. 에너지업체인 에머슨은 선전에 있는 연구센터를 아예 이곳으로 옮겨왔다.

중국의 양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는 주력 연구센터를 만들기로 하고 대규모 인력 확충에 나섰다. 서우빈(壽斌) ZTE 관리총괄이사는 “8000명인 시안의 연구 인력을 4년 내 2만6000명으로 늘려 ZTE의 최대 연구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웨이 역시 7000명인 연구 인력을 1만5000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고신개발구는 인재 유입에 힘입어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입주 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은 5200억위안으로 전년에 비해 29.7%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자오훙주안(趙紅專) 고신개발구 주임은 “고신개발구의 GDP는 산시성의 9%, 시안의 20%나 된다”며 “중국에 있는 어느 개발구보다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고신개발구에 본사를 차린 메이린전자의 리웨이 이사는 “시안에는 대학이 100개나 있고 특히 공대가 많아 우수한 기술 인재가 많다”며 “개발구에서 하루평균 71건의 특허가 출원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안=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