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되면서 삼성 대우 우리투자 현대 한국투자 등 IB사업에 뛰어든 5개 증권사들이 당초 사업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특히 늘어난 자기자본으로 인해 향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크게 훼손될 수 있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증권사들은 작년말 도입된 헤지펀드 관련 핵심사업인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사업 등을 토대로 신규 수익을 창출해 ROE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IB로 지정(자기자본 3조원 이상)되기 위해 지난 4분기 모두 대규모 증자에 나선 여파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우증권이 IB사업을 벌이기 위해 약 1조1000억원 어치 유상 신주를 발행한 것을 포함해 5개 증권사들의 증자 규모는 모두 3조6000억여원에 달했다.

이들은 IB로 지정되면 기업 신용 공여 업무를 비롯해 비상장 주식관련 내부 주문 집행 등 신규 업무에 곧바로 뛰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준비해온 신규 사업이 관련 법안 처리 지연으로 미뤄지면서 늘어난 자기자본에 따른 ROE 훼손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IB 신규 사업 중 하나인 프라임브로커 서비스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프라임브로커 관련 규정은 앞서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5개 증권사들은 따라서 프라임브로커리지(primebrokerage) 사업 확장 등 수익사업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우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상실해 안타까운 심정"이라면서도 "하지만 그간 IB 사업 준비는 주주들의 이익과 자본시장의 발전을 염두에 둔 것으로 특히 ROE를 높이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접근한 경영 전략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더라도 회사 경영상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며 "다만 증자를 통해 확충해 놓은 자본으로 PBS 사업 등 회사의 이익증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4000억원으로 비교적 적은 규모의 증자에 나섰던 삼성증권은 ROE 훼손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모습이다.

삼성증권은 "증자 당시에도 IB가 되기 위한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시키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었다"면서 "때문에 자본확충안 역시 PBS 사업 등을 위한 자격 확보 차원에서 진행된 부분이 크다"라고 말했다.

1조1000억원의 신규 자본을 확충한 대우증권은 "신규 사업을 준비해 온 만큼 아쉽지만, 현재 잘 진행되고 있는 프라임브로커리지 비즈니스와 헤지펀드 사업 확대를 위해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며 "확충된 자기자본은 계획대로 해외사업 확대, 트레이딩부문과 헤지펀드 등에 대한 투자 확대 등에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또 증자 후 확충된 자기자본으로 인한 재무안정성 향상으로 업계 최고의 신용등급을 획득해 자금조달 비용을 개선하는 효과도 있었다"며 "신규 사업에 대한 효율적인 자산운용 및 자금조달 비용의 절감을 고려할 경우 자본시장법 미개정이 ROE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