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6일 대통령선거를 70여일 앞둔 프랑스를 방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에게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양국 외무·재무·국방·노동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파리에서 열린 제14차 독-불 각료회의를 마치고 나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다.

메르켈 총리의 파리 방문 목적은 물론 일차적으로 양국 경제현안과 그리스와 시리아 문제 등 국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프랑스 대선에서 같은 우파인 사르코지 대통령을 지원하는 성격도 있었다.

지난달 말 자신이 이끌고 있는 기독민주당(CDU)의 헤르만 그뢰에 사무총장을 통해 사르코지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메르켈 총리는 이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르코지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표시하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메르켈 총리는 프랑스2 TV와 독일 ZDF 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 회견에서 "친구 정당을 지원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라고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면서 "모든 측면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메르켈은 지난 2009년 독일 총선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자신의 재선을 지원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같은 중도우파 지도자로서 사르코지와 공유하는 끈끈한 유대감을 강조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는 밝은 모습으로 간간이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회견에 응했다.

여전히 지지도 면에서 28-30%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에 6%가량 뒤지고 있는 사르코지로서는 큰 우군을 맞은 셈이 됐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아직 출마를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지지층을 확산시키기 위해 한층 구체화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한국인과 중국인 등 아시아인으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800여명의 기업인과 시민단체 관계자, 예술인들을 엘리제궁으로 초청해 '설날 리셉션'을 베풀었다.

이에 대해 르 몽드 신문은 대통령궁이 올해 3년째인 이 행사에 예년에 비해 많은 인사를 초청했다며 사르코지 정권이 대체로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아시아계 프랑스 국적 취득자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르코지는 이미 터키의 강력한 반발에도 1915년 발생한 아르메니아인 학살사건을 부인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 50만명에 달하는 아르메니아계 유권자들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의 이런 지원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대선 운동에 어떤 효과를 가져다줄지 주목된다.

(파리연합뉴스) 김홍태 특파원 hongt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