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집에 불난다'는 옛말?…길거리 호떡집 '실종'
"그 많던 '호떡집' 다 어디갔나 했더니"
거리에서 호떡집이 사라지고 있다. 주요 원재료인 밀가루와 설탕 가격이 오른 데다 가정에서 손쉽게 만드는 '호떡 믹스'가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오후 3시께 서울 중구 명동 2가.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이자 길거리 음식의 천국인 곳이지만 겨울철 대표 간식인 호떡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그나마 호떡을 살 수 있는 곳은 명동역 6번 출구 앞 노점상 한 곳 정도였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3년 전만 해도 호떡집이 서너 곳은 있었지만 이제는 한 곳으로 줄었다고 했다.

명동 중앙로에서 목도리를 판매하는 한 상인은 "호떡집이 있던 자리에 휴대전화 액세서리나 양말 가게들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호떡 가게가 있던 자리는 모두 다른 물건을 파는 노점상으로 대체됐단 얘기다.

태평로와 광화문 쪽 사정도 다르지 않다. 시청 앞 광장 주변 호떡집은 덕수궁 앞에 위치한 노점상 한 군데에 불과했다. 청계 광장을 지나 광화문과 종로 2가 주변에서도 호떡을 파는 가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길거리에서 호떡집을 찾아볼 수 없게된 데는 원재료 값이 오른 영향이 컸다. '호떡은 서민 간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 인상이 어려웠던 점도 호떡집의 폐업으로 이어졌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에서 호떡 노점상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호떡이 생각보다 마진이 적지만, 서민 간식이라는 인식 때문에 단가를 올릴 수가 없다"며 "손님들은 700원도 비싸다고 한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그는 이어 "2008년 분유의 멜라민 파동과 경기불황이 겹치면서 길거리 음식에 대한 믿음이 떨어졌다"며 "이후 포장마차 호떡이 설 자리는 더 좁아졌다"고 푸념했다.

제분협회와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1등 중력분 20kg를 기준으로 2010년 1월 1만5300원이었던 밀가루 출고가는 2011년 4월 1만6600원으로 8% 가량 올랐다. 설탕값 역시 오름세를 지속했다. 2010년 1월 1만6000원이었던 정백당 15kg의 가격은 2011년 1월 1만9000원으로 상승했고, 이후 2011년 4월 2만1000원으로 뛰었다. 1년3개월 만에 약 31%가 인상된 셈이다.

반면 집에서 만들 수 있는 '호떡 믹스' 제품이 늘면서 대형마트에서 관련제품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동대문구 용신동 홈플러스에서 만난 김인순(46·주부)씨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싸고 깨끗해서 마음이 편하다"며 "아이들도 직접 손으로 만들어 먹는 걸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떡믹스 코너에서 단호박, 녹차맛 등 다양한 제품을 살폈다.

시중 호떡믹스의 가격은 2600~4000원 선이다. 'CJ백설 바로구워먹는 호떡믹스 540g'의 가격은 2600원 선으로 한 팩을 사면 호떡 10개를 만들 수 있다. 개당 260~400원인 셈이다. 길에서 판매되는 포장마차 호떡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관련 제품들도 급증하고 있다. 삼양사와 CJ제일제당 등은 간식용 프리믹스 제품을 2006년부터 꾸준히 내놨다. 지난해 호떡믹스 시장 규모는 160억 원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 많던 '호떡집' 다 어디갔나 했더니"
한경닷컴 박은아 기자 sn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