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기술의 ‘진보성’ 여부도 법원이 심리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 변경으로 법원이 특허기술의 신규성과 진보성 모두를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전원합의체는 또 같은 특허를 둘러싼 여러 심판이 동시진행되다 그중 1건이 먼저 확정돼도 이미 심판이 청구된 이상 관련 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취지의 판례 변경도 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세탁기 특허 소송에서 LG전자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LG전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세탁기 모델 ‘클라쎄’가 자사 제품 ‘트롬’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특허권 침해금지 소송을 진행해 왔다.

재판부는 “LG전자가 주장하는 특허기술에 진보성이 있음이 인정된다”며 “특허기술의 진보성 여부를 법원이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본 원심은 정당하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통상 특허소송에서 기술의 진보성(기술 발전도)·신규성(새로운 기술) 여부가 쟁점이 되는데, 기존에는 진보성은 법원이 아닌 특허심판원의 판단 영역으로 인정됐으나 이번 판례 변경으로 두 요소 모두 법원이 심리할 수 있다는 취지다.

또다른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특허 심판을 청구한 후에는 동일한 특허가 심판 심결을 거쳐 확정 등록됐더라도 일사부재리 원칙(판결이 확정되면 다시 심리하지 않는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례 변경을 했다. 심판청구 제기 시점을 기준으로 해 이때 다른 심결이 확정되지 않았다면 다른 심판 등도 유효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취지다. 과거 대법원 판례는 같은 특허 관련 분쟁이 여러 건 동시에 계류돼 있을 경우 심결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 1건이라도 확정되면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나머지 분쟁을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