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클럭 100명 뽑는데 710명 지원
최근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관을 도와 위헌법률 심판청구 등을 조사·연구하는 헌재 연구원 6명을 뽑는 데 306명(로스쿨 출신 150명, 사법연수원 출신 156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51 대 1로 사상 최고였다. 사법연수원 출신만 뽑았던 지난해에는 8명 모집에 109명이 지원해 13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법원이 전국 고등법원에 근무할 로스쿨 출신 법률 보조인 로클럭(재판연구원)을 뽑는 데는 100명 선발에 710명이 몰렸다. 올해 신규로 배출되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약 1500명)의 절반가량이 지원한 셈이다.

변호사 ‘취업 전쟁’이 시작됐다. 로스쿨 1기 졸업 예정자들을 상대로 처음 치러진 변호사 시험이 지난 7일 끝나면서 합격자 발표일인 4월10일이면 로스쿨에서만 1500명가량의 신규 법조인이 배출된다. 사법연수원에서도 오는 18일 1000명가량이 수료식을 마치고 나온다. 기존에 비해 연간 2.5배가량의 변호사가 일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여야 한다.

취업 한파는 올해 처음으로 법조인이 되는 로스쿨 출신들에게 더욱 세차게 몰아치고 있다. 연수원 출신에 비해 아직 법무 지식과 실무 경험 면에서 실력을 검증받지 못해서다. 더구나 일부 로펌은 과거처럼 사법연수원 출신들만 뽑고 있다. 해외 로스쿨 출신들과의 경쟁도 만만찮다. 대형 A건설사는 지난해 8월 한국과 미국 로스쿨 졸업자와 졸업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해외법무팀에서 일할 신규 인력 채용공고를 냈다. 로스쿨 출신을 뽑는 기업을 아직 찾기 힘든 상황이어서 이 공고는 로스쿨생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4명을 뽑는 데 지원자 98명이 몰려 24.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채용이 최종 확정된 인원 가운데 국내 로스쿨 출신은 한 명도 없었다. A건설사 인사팀 관계자는 “해외 법무는 영어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내 로스쿨에도 영어를 잘하는 학생이 많았지만 아무래도 미국 로스쿨 출신들이 더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취업난은 로스쿨 졸업생만의 현상은 물론 아니다.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에게도 파장이 직접 미치고 있다. 법무법인 두우앤이우는 이달 초 신입 변호사 한 명을 새로 뽑기로 하고 공고를 냈다. 지원 자격을 사법연수원 출신으로 한정하고 로스쿨 출신은 제외했는데도 200명 넘게 몰렸다. 두우앤이우 관계자는 “지원 서류를 다 보려니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어 엄두를 못내고 있다”며 “이렇게 경쟁률이 높은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로스쿨 졸업 예정자까지 지원을 받았으면 경쟁률이 500 대 1을 넘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