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고통을 털어놓고 내려놓으라…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태국 체육대학의 강사였던 깜뽄 통분놈은 다이빙 시범을 보이다 목뼈가 부러졌다. 앞길이 창창한 25세 청년은 사지 마비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어떻게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죽고 싶다는 생각이 수시로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챙기는 수행, 통찰명상을 만난 뒤로 그의 삶은 달라졌다. 남들처럼 앉아서 명상을 할 수 없어 누워서 수행해야 했지만 명상은 그에게 기적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몸에는 장애가 있을지언정 마음에는 장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 그는 선언했다. “고통은 그만두기로 했어요.”

《아프지 않은 마음이 어디 있으랴》의 저자는 이런 사례를 들려주며 화, 고통, 질투, 좌절 같은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방법을 일상의 언어로 쉽게 설명한다. 저자 바지라메디 스님은 ‘태국의 달라이라마’로 불리는 수행자다. 40여권의 저서 출간과 방송활동 등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지친 삶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그는 트위터 팔로어가 43만명에 이르는 ‘파워 트위터’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삶이 고통스럽다고 삶을 포기할 것인가. 그건 사과의 한 부분이 썩었다고 사과 전체를 버리는 어리석음과 같다. 마음을 열고 고통의 실체를 빨리 확인할수록 고통의 악순환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다.

삶에 대한 자신감이 충만했던 젊은 여성 몬이 우울증에 빠졌다. 그에게 문제가 있음을 알아차린 스님이 그의 눈을 자애롭게 들여다보자 몬은 자기도 모르게 통곡하기 시작했다. 울음을 멈춘 몬에게 무슨 일인지 묻자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고 했다. “그래요, 몬. 이해합니다.” 이 한 마디에 몬의 고통은 훨씬 완화됐다. 스님은 “나에게 마법의 힘은 없다”며 “털어놓는 법을 알자 그대의 고통이 저절로 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음의 고통이 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게 첫 번째 할 일이다. 그 다음엔 애착과 집착을 버리면 고통은 사라진다.

화가 났을 때 9가지 응급처치법을 사용해보자. 그 9가지는 ‘화나게 한 사람에게서 멀어져라, 화가 다 풀릴 때까지 기다리라,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학대를 하지 마라, 바보나 아첨꾼의 곁에 있지 마라,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상기시키라, 기도처럼 마음을 편안히 해줄 다른 행동을 하라, 화가 난 상태에서 억지로 명상을 하지 마라’는 것이다. 응급처치법을 알면 적어도 분별을 잃고 화의 장단에 놀아나는 상황은 막을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누군가 까닭 없이 나를 질책하고 비판하면 어떻게 할까. 저자는 “아무도 죽은 개를 차지는 않는다”는 데일 카네기의 말을 들려주며 “당신을 불쾌하게 하는 말들이 당신을 인도하는 선생이 돼 당신의 삶을 빛나는 보석으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말한다. 비판이 많을수록 자신의 흠이나 실수를 더 잘 보게 되고 조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