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미술계 인사들과의 교류와 에피소드
고(故) 장욱진 화백은 술에 얽힌 일화가 많다. 술자리 참석자는 미리 정해지는데, 그림을 받으려는 이들이 뜬금없이 합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 그 사람이 자리에 앉아 술잔을 기울이게 될지, 단번에 쫓겨날지는 좌중을 웃기는 능력에 달려 있었다.

장 화백은 웃기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잘라 말했다. “사업 바쁠 텐데 먼저 가보슈.”

신옥진 부산공간화랑 대표가 쓴 《진짜 같은 가짜 가짜 같은 진짜》(산지니, 1만5000원)는 현대 한국 미술계 현장 기록이라고 할 만하다. 다방 형식으로 시작해 36년간 화랑을 운영해온 신 대표의 화랑 경영 경험, 장 화백을 비롯한 미술계 인사들과의 만남에 얽힌 에피소드가 구수한 필치로 그려져 있다. 미술계 흐름이나 미술품 유통시장의 변화, 신 대표 개인의 삶에 대한 생각도 읽을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