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상담ㆍ설문조사…일진 앞에 '무용지물'
매달 설문조사를 하고 또래상담사를 지정해 활용하던 학교에서 후배들을 괴롭힌 '일진' 학생 22명이 경찰에 적발돼 일선 학교의 폭력 방지 대책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은 4일 공갈ㆍ갈취ㆍ성폭력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여주 모 중학교 3학년 김모(15)군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군 등의 범행은 학교측이 지난해 11월 실시한 학교폭력 피해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처음 알려진 뒤 자체조사를 벌인 학교측이 사안이 심각하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이 학교는 학교폭력 예방 및 실태파악을 위해 수년전부터 매달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2월부터 시작된 '일진'학생들의 지속적인 비행을 10개월이 지난 연말 무렵에서야 뒤늦게 파악해 설문조사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피해학생들이 보복이 무서워 설문조사에 피해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 같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여성가족부가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또래상담' 제도도 제 역할을 못했다.
이 학교에는 학교폭력 피해학생이나 자살을 생각하는 친구를 찾아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선생님에게 알려 도움을 받도록 이 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15명의 또래상담사가 2006년부터 활동하고 있다.
학교측은 이들을 대상으로 2주에 한번씩 전문상담사로부터 상담 교육 등을 받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또래상담사의 활동 결과를 한번도 확인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이 학교는 지난해 미술심리치료 전담 강사를 고용하고 학교폭력과 성폭력 방지를 주제로 법무부 강사를 초빙해 전교생을 상대로 3차례 교육을 하는 등 학교폭력을 막기 위한 노력을 했지만 '일진'들의 범행을 막지 못했다.
이 학교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결손가정 학생들을 위한 심리안정 프로그램을 올해부터는 말썽을 부리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학생에게까지 확대해서 적용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여주연합뉴스) 이우성 최종호 기자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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