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아이들의 독립심을 강조하는 유럽식 정서를 담았지만 지금은 한국식 정서를 우선 고려합니다. 친구와 가족, 세대 간에 소통하고 화합하는 모습 말이죠. 유럽인들도 이런 아시아적 스토리텔링에 주목하고 있어요. 이를 변신 로봇과 자동차를 통해 보여주니까 더 재미있어 하더군요.”

이동우 로이비주얼 대표(39)는 지난 26일부터 EBS에서 방송 중인 애니메이션 ‘로보카폴리’의 성공 비결을 이렇게 말했다. 로이비주얼의 캐릭터 상품 매출은 올 한 해 동안 국내에서만 1000억원에 육박했다. 로열티 수입도 지난해 10억원에서 올해 40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 4월부터 시작한 ‘로보카폴리’ 캐릭터 사업 덕분이다. 내년부터 해외 시장에서도 캐릭터 사업을 본격화해 ‘뽀롱뽀롱 뽀로로’의 경쟁자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뽀통령(뽀로로)’의 뒤를 이어 ‘폴총리’로 불리는 로보카폴리는 지난 2월 말 첫 방송 이후 시청률 6~7%의 고공행진을 펼쳤다.

이 작품은 자동차 캐릭터들을 통해 사회 생활을 재미있게 그려낸다. 경찰차 폴리와 소방차 로이, 정찰헬기 헬리 등이 마을에서 일어나는 온갖 사고들을 수습하며 평화를 지킨다. 할아버지 차와 손자 차의 대화, 맞벌이 부부 차의 애환도 그려낸다. 맞벌이 삶으로 생긴 부모와 아이들 간의 상처까지 치유한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위안을 주면서도 액션과 스릴감을 느끼도록 변신 자동차 로봇들로 표현했습니다. ‘트랜스포머’가 성인을 타깃으로 했다면 우리는 아이들을 겨냥한 거죠. ”

‘로보카폴리’ 프로그램은 올해 30여개국에 수출했다. 내년 3월 프랑스에서 방송할 때 캐릭터 상품도 출시한다. 캐릭터 사업의 핵심인 자동차 완구 사업은 홍콩회사 실버릿이 대행한다. 완구용 자동차를 개발 하고 생산하는 데 필요한 500억원의 비용을 투자하고 해외 완구 사업 대행권을 가져가는 내용의 계약을 2009년 체결했다.

“계약 당시에는 견본필름뿐이었지만 실버릿은 우리의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자동차 완구는 대단히 정교한데 변신 기능이나 동력을 갖춰야 하니까 개발과 생산에 최소 500억원이 필요했어요. 실버릿이 좋은 상품을 일찌감치 개발해 국내에서 방송 개시 한 달 만에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애니메이션은 순수 국내 자본으로 제작했다. 제작사인 로이비주얼 외에 EBS, 베넥스창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4곳이 투자했다. 2009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애니메이션 사업에 선정돼 7억원을 지원받았다. 시즌1의 제작비 30억원 중 23%에 해당하는 큰 돈이었다.

“해외 업체와 합작할 경우 그들이 지식재산권을 다 가져가려고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실패하기 쉬운데 우리는 국내 자본으로 제작해 그런 위험을 없앴습니다. 초기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더라면 콘텐츠 지분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대표는 중학생 시절 ‘마징가 제트’를 보고 애니메이션에 대한 꿈을 키웠다. 미대를 다니다 애니메이션 업체에 입사한 그는 1998년 로이비주얼을 창업했다. 60여명의 직원들도 이 대표처럼 ‘마니아’다. 연봉이 낮아도 이직률은 5% 이하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사업이라는 데 만족합니다. 제 아이들한테 보여주기 위해 제작하니까 자랑스럽고 뿌듯해요.”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