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구조 근본적 개혁 위해 형소법 개정 필요"
일선 경찰 반발ㆍ냉소 교차

검·경 수사권 조정안(대통령령)이 27일 국무회의에서 원안대로 통과된 데 대해 조현오 경찰청장이 유감을 표명했다.

조 청장은 이날 10만 경찰에 보낸 서한문에서 "국무총리실이 마련한 직권조정안을 수정하고자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지극히 유감스럽게도 관철되지 못했다"며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에서 출발한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의 취지와 정부기관 간의 신성한 합의정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인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 청장은 "다만 이 과정을 통해 수사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려면 형사소송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고 그 추진동력도 확보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우리가 이미 시행한 바 있는 '수사는 경찰, 기소는 검사'에게 맡기는 영·미식 수사구조가 바람직하지만 현실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경찰이 1차적·본래적 수사기관으로서 책임 수사하고 검찰은 송치 후 종결권·기소권으로 경찰 수사를 사후 통제하는 일본식의 절충형 수사구조를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최소한 형소법 제196조 제1항과 제3항의 삭제가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 청장은 "대통령령 시행 과정에서도 수사 주체성에 걸맞은 권한과 역할이 확보될 수 있도록 검찰과 협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 청장의 서한문을 받은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분노와 냉소가 교차했다.

서울 소재 경찰서 관계자는 "경찰이 그토록 반발했음에도 국무총리실의 강제조정안이 그대로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는 것을 보면서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면서 "일선 경찰들이 행동으로 수사권 독립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이미 예견된 결과여서 기대도 하지 않았다"면서 "결과를 놓고 누가 책임을 질지를 논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형소법 개정을 어떻게 이뤄낼지 방법을 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리실이 강제조정안을 내놨던 시점이나 차관회의 통과 때보다 일선 경찰들이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이미 예상됐던 결과였던 만큼 간부회의도 형소법 개정이라는 다음 과제를 어떻게 완수해낼지 문제에 대해 숙의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