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발생한 구제역사태 때 살처분된 가축에 대한 보상금 산정 작업이 허술해 85억원 이상이 과다 지급될 우려가 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감사원이 23일 공개한 구제역 방역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살처분이 급하다는 이유로 농장주의 진술에만 의존해 돼지의 수, 체중 등을 조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A축산법인 계열 5곳을 조사한 결과 수탁농장 64곳에서 살처분된 돼지의 마리 수와 체중을 부풀리는 방법으로 보상금 51억원을 과다 산정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미숙한 초동 대응도 문제로 지적됐다. 축산기술연구소 등 방역기관은 발생 초기 구제역 진단이 안 되는 ‘간이항체키트’로 감염 여부를 임의 판단해 대응이 수일 이상 늦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도 미흡했다. 규정에 따르면 구제역이 발생한 후에는 반드시 역학조사를 실시하게 돼 있지만 감사원이 확인한 결과 3748개 구제역 발생 농장 중 2972개(79.3%)에서는 조사를 하지 않았다. 또 구제역 발생 전 7일 내에 출하된 가축의 고기는 회수해 폐기 처분해야 하는데도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일부 폐기 대상 고기가 유통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을 전달하지 않아 일부 지자체에서는 문화재보호구역이나 학교 정화구역 안, 하천 저수지의 30 내 거리에 매몰지를 만들기도 했다. 감사원은 “농식품부 장관에게 초동 대응을 미숙하게 한 관련자 7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