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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여록] '김정일 이후' 정부 늑장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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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
    [취재여록] '김정일 이후' 정부 늑장대응
    지난 19일 정오. 북한 조선중앙TV에 이춘희 아나운서가 상복을 입고 등장하자 정부는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안보부처 수장들은 북한 비상상황과 관련없는 자리에 있다가 급하게 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공식발표 직전까지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가능성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북한 매체가 ‘특별방송’ 형식을 내놓은 것은 지금까지 단 세 번이다. 1994년 특별방송 형식으로 김일성 주석의 사망을 발표했고 1972년에는 7·4 남북공동성명을, 2000년에는 특별중대방송 형식으로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사실을 공개했다. 북한 언론들은 20일 오전부터 ‘특별방송’을 연거푸 예고했지만 이마저도 정부는 간과한 셈이다. 정부가 김 위원장 사망 가능성에 대해 얼마나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보기관의 수장까지도 북한의 공식발표를 보고서야 알았다고 밝혀 대북정보망의 구멍을 드러냈다.

    정부의 첫 반응도 실망스러웠다. 김 위원장 사망 보도 후 6시간 만에 나온 정부 브리핑의 메시지로 최보선 통일부 대변인은 “우리 민간인의 방북을 잠정적으로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런 혼란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의 모습을 고스란히 재연한 것이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때까지 이틀 간 북한 내 특이 동향을 읽지 못하고 사망에 대한 조문 논란도 17년전 그대로다. 김 위원장의 경우 2008년 와병 이후 그의 급사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 있었지만 정부의 대응은 여전히 안이했다. ‘김정일 이후’에 대한 매뉴얼이 있기는 한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는 격랑에 빠져들었다. 주변국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곧바로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발표했고 미국도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권력 승계가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며 관계개선 가능성을 열어놨다.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류우익 통일부 장관의 발표는 이보다 훨씬 늦은 20일 오후 4시에야 나왔다.

    정부가 미국과 중국만 바라보는 새 대북 정보망은 구멍이 나 있고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는 사이 한반도 정세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 상황에 주도적으로 대처하는 정부의 전략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조수영 정치부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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