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기고] 2012년 새 지도자는 누구일까

불현 듯 출세한 영암 '큰 바위 얼굴'…2012년 새 지도자 암시

영암 월출산의 큰 바위얼굴 앞에 선 이들은 예외 없이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근엄한 표정의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암벽 얼굴에 절로 무릎을 꿇고 싶어진다. 세계 어디서도 찾기 힘든 규모다. 명상에 깊이 잠긴 진지한 표정을, 혹자는 단군의 형상, 혹자는 영암의 왕인박사의 형상이라고 한다.

더 신기한 점은 이 거대한 얼굴이 세간에 알려진 건 요 몇 년 사이라는 사실. 풍수지리 연구가들의 발길이 끊긴 적 없는 월출산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얼굴이 어떻게 얼굴을 숨기고 있었을까.
불현 듯 출세한 영암 큰 바위얼굴은 보이기도 하고 안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자유자재로 나타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보통의 큰 바위얼굴들은 바위에 윤곽이 뚜렷하게 조각돼 있다. 해만 뜨면 언제든지 눈에 보인다. 그러나 영암의 큰 바위얼굴은 때를 잘 맞춰야한다. 해가 떠서 그림자가 들어야 그 생김이 서서히 드러나는 까닭이다.

흐린 날, 눈비 오는 날, 안개 끼는 날은 허탕이다. 그러나 맑은 날도 잠깐이다. 오후에도 헛걸음이다. 해가 뜬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윤곽이 선명하다. 겨울보다는 해의 고도가 높은 여름에 윤곽이 훨씬 더 날렵하다.

지기에 의해 결정된 바위 조각이 아니다. 거대한 바위를 스크린 삼아 하늘의 천기가 영사해서 나타는 얼굴이 바로 영암의 큰 바위 얼굴이다. 그 때마다 시시각각 표정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다른 큰 바위 얼굴과 달리 살아있는 조각품이다.

신령스런 바위란 뜻의 靈암. 월출산의 큰 바위얼굴이 곧 영암인 것이다.

큰 바위얼굴은 월출산 구정봉이다. 도갑사에서 빠듯하게 두 시간 반 걸어서 억새밭을 지나 구정봉 주변의 불타는 듯 한 기묘한 암석 봉우리들을 구경하고 구정봉에 오른다. 하늘에서 벼락이 쳐서 만들어졌다는 9개의 우물이 파인 구정봉.

그러나 도갑사에서 구정봉에 오를 때 까지 그 어디에도 큰 바위 얼굴은 나타나지 않는다. 월출산 구정봉을 지나 바람재에서 뒤돌아 봐야만 드디어 모습이 나타난다. 천황봉과 구정봉을 정복했다고 우쭐해서 그냥 하산한 자에게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구정봉을 지나 더 높은 천황봉을 향해 가면서 지나온 구정봉을 되돌아보는 순간, 그 자리에 큰 바위얼굴이 우뚝 솟아있다. 두 다리로 밟고 있던 구정봉 위에서는 그 존재를 전혀 알지 못하다가 그동안 짚어온 길을 살피고자할 때 불현 듯 나타난다. 회항하는 마음에 주는 선물이 아닐까.

보통 월출산 방문객들은 천황봉을 오르기 위해 찾는다. 천황봉은 구정봉과 정반대의 등산 코스다. 장군봉, 사자봉, 천황봉의 깎아지는 암벽의 장관에 눈길을 빼앗긴다. 아찔한 구름다리와 천황봉의 절경을 만끽하고 바람재에 이르면 이미 서너 시간이 경과해 정오를 넘기게 된다. 때를 놓치게 된다.

게다가 주변에 널린 뚜렷한 윤곽의 작은 바위얼굴들에 눈이 익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흐릿한 거대한 큰 바위얼굴은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저 천황봉 정상에서나 멀리 보이는 현상으로 착각하기 쉽다.

큰 바위 얼굴에 도착하는 지름길이 있다. 인적이 드문 경포대 계곡을 1시간 남짓 올라 바람재에 오르면 된다.

영암의 큰 바위얼굴은 천기와 지기의 오묘한 조화의 극치가 빚어낸 걸작 중의 걸작이다. 보이기도하고 안보이기도한 영암의 큰 바위얼굴이 왜 최근에 세상에 얼굴을 드러내는 것일까.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나는 구정봉은 백제의 왕인박사의 탄신지 뒷산이며, 중턱에 도선국사를 모신 도갑사가 자리하고 있어 예사롭지 않다. 왕인박사는 백제인으로서 고대일본에 찬란한 아즈카 문화를 일으키게 한 장본인이다. 지금의 일본을 있게한 시조라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매년 만 명의 일본인들이 왕인박사 탄생지를 성지처럼 순례하고 있다.

도선국사는 '도선비기(道詵秘記)'를 통해 우주, 자연, 인간이 하나라는 음양지리설, 풍수상지법(風水相地法)을 남겨 우리 민족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준 민족의 스승이다.

사람들은 최근에야 나타난 영암의 큰 바위얼굴은 도선국사가 2012년 남북통일의 주역이 될 인물임 계시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왕인박사 탄생지의 정기를 받은 문화적 인물이 새로운 세기의 주인공이라는 것.

기묘하게도 2012년에 드러날 새로운 지도자상은 큰 바위얼굴이 나타나는 기운의 천기와 지기가 정확히 일치한다.

큰 바위 얼굴은 우뚝 특출 나게 솟은 봉우리(구정봉)가 아니다. 오르는 곳은 그저 둔덕처럼 사람들이 밟고 올라가도 그 모양을 잘 모른다. 기존의 지도자들은 산봉우리처럼 솟아난 국민들 위에 군림한다.

국민들이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형식이지만 사실상 대권의 후보들은 정치권이라는 특별한 터전에서 선발된 후보다. 국민들은 그 정치권이 낸 후보를 추인하는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제 영암의 큰 바위얼굴이 시사하는 바는 높은 정치권이 아니라 발아래 국민들 사이에서부터 후보가 추천된다는 것. 1인 매체인 SNS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SNS시대엔 정당무용론 논쟁이 불가피하다.

2012년 인물은 정치권의 대표자가 아니라 국민들의 밑바닥 마음을 함께 하여 국민들로부터 추대를 받는 인물이 2012년의 주인공이다.

2012년은 임진년(壬辰)년이다. 임진년의 임(壬)은 수(水), 즉 물이요 물은 오행의 색이 검은빛이라 항간에서는 임진년을 흑룡띠라 하며 범상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 한다.

A씨는 태풍…정치권불신이 태풍의 기압골 만들어

세간의 이목은 온통 A씨에게 집중돼 있다. 그가 추천한 인물이 단번에 서울시장이 되었으니 그의 눈도장을 받기위한 몸부림이 차라리 안쓰러울 정도다. 감이 말하고 싶다. A씨는 태풍이다.

태풍은 기압골이 생겨서 형성된다. 태풍을 막을 수는 없다. 절대 막을 수 없고 막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태풍이란 그저 수그러지거나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정치의 기압골은 국민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을 불신해서 생성된 것이다. 태풍과 싸우려는 자는 낭패를 볼 것이요, 태풍을 따르려는 자 또한 바람이 할퀸 상처만 남을 것이다.

영암의 큰 바위얼굴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야한다. 스스로가 특출 나서 우뚝 솟은 인물이 아니라 국민들이 만들어준 상징이라는 것. A씨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행정과 정치는 엄연히 다르다. 과연 그가 행정가에서 정치가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전적으로 A씨의 선택에 달렸다.

정치 불신으로 생긴 기압골이 A씨라는 태풍을 만들었듯 그 태풍이 지나가면 언제든 제2, 제3의 A씨 태풍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내년에는 정치학 박사들도 예측할 수 없는 문제들이 대두될 것이다.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에 ‘내가 원하는 나라’를 이렇게 서술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나,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세계 11위 경제력으로 김구 선생의 소원은 대부분 성취됐다. 한류 문화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북은 나뉘어있다. 반쪽일 뿐이다.

영암 큰 바위 얼굴은 단지 한반도의 지도자에 국한하지 않는다. 2012년 지구가 리모델링하는 공사에 출현하는 세계적인 지도자상이다.

영암 큰 바위 얼굴은 계절에 따라 하루에도 시시각각 변한다. 천의 얼굴, 만의 얼굴을 가졌다. 2012년 임진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익히 봐오던 얼굴일까, 새로운 얼굴일까.

우리 민족의 뿌리를 되돌아보고, 우리 정치를 되돌아보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순간 그 곳에 큰 바위얼굴이 우뚝 솟아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