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의 '월요전망대'] 재정부·韓銀 회동…내년 경제정책 밑그림은
이성태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3월 말 정부와 한은의 관계를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로 정리하고 한은을 떠났다. 정부와 한은은 사이좋게 지내야 하겠지만 무턱대고 어울려 똑같이 돼서는 안 되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전 총재가 이 말을 할 때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급격히 위축됐던 경제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던 단계였다. 정부는 회복의 속도를 높여 성장률을 올리고 고용을 더 늘려야 하는 목표를 세우는 게 당연했다.

반면 한은은 경제가 과열로 치달아 물가불안이 심해지고 가계부채가 더 늘어 금융안정을 해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하는 시기였다. 정책금리(한은 기준금리)를 놓고 본다면 정부는 낮은 수준이 좀 더 이어지는 게 좋을 터이지만 한은은 이른 정상화를 통해 부작용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하는 상황이었다.

한은은 이 전 총재의 퇴임 이후 다섯 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 연 2.0%였던 기준금리를 연 3.25%로 올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3.8%로 잠재성장률 4%안팎을 밑돌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로 목표(3±1%)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정부와 한은은 각자의 목표인 성장과 물가안정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모두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올해 마지막 거시정책협의회를 오는 23일 갖는다.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나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정부와 한은이 경제정책에서 크게 이견을 보이지는 않을 것 같다. 국내 주요 금융회사 및 연구소 20곳의 대표 이코노미스트로 구성된 한경이코노미스트클럽은 내년 상반기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경제 위축에 따라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재정부와 한은은 똑같이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를 막기 위해 금융회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견해차가 있다. 이 대목은 금융위원회가 권한을 갖고 있어 재정부와 한은이 의견을 적극 피력할 것 같지는 않다.

국회가 임시국회를 열어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긴 하지만 이번주 중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협상을 하고는 있지만 조만간 합의에 이를 가능성은 매우 낮다. 때문에 연내 예산안 처리가 불발되고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될 공산이 더 커 보인다.

이 경우 내년엔 새로운 정부 지출이 모두 보류되고 기존 사업에 대해서만 올해 예산안에 준해 지출이 이뤄진다. 정부로선 내년 상반기 재정 조기집행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이번주에도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금융위원회가 이번주에 이에 대한 논의를 할 계획이 없어서다. 이에 대한 판단이 다음주에 나온다 하더라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가 확정되는 것은 해를 넘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나금융은 당초 연말까지 인수를 승인받으면 내년 3월 외환은행 정기주총에서 외환은행 경영진을 확정할 계획이었지만, 이 시기가 다소 늦춰질 수밖에 없다.

한은의 내년 각종 통계 공포 일정이 20일 제시되기 때문에 각 금융회사 이코노미스트와 애널리스트들은 관심을 두고 체크하는 게 좋아 보인다.

박준동 경제부 차장 / 금융팀장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