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2G 서비스 종료 안돼"…KT, 이미지 '먹칠' 실적은 '빨간불'
KT가 2세대(2G) 이동통신 서비스(PCS)를 당분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8일 0시를 기해 2G 서비스를 중단하고 4G LTE(롱텀에볼루션) 서비스를 시작하려던 KT의 사업 일정에 엄청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동시에 그동안 2G 가입자에게 3G 전환을 강요하는 등 각종 무리수를 썼음에도 2G 종료에 실패함에 따라 선도 통신사로서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가뜩이나 3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한 KT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의 메가톤급 악재가 터진 셈이다.

◆법원, “KT 2G 종료 안 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조일영)는 강모씨 등 KT 2G 이용자 900여명이 “2G 서비스 사업 폐지 승인이 위법인 만큼 8일부터 서비스를 중단하면 안 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KT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7일 이용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결정에 따라 현재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 중인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KT는 2G 서비스를 중단할 수 없다.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재판부는 “KT가 8일 0시를 기해 이동통신 통신망 철거 등 사업 폐지 절차에 들어가면 강씨 등을 포함한 2G 서비스 가입자 약 15만9000명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예방하려면 방통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필요가 있으며, 효력 정지를 한다고 해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서비스 중단 승인 처분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방통위 등이 사업 폐지 60일 전 이용자에게 사실을 알리도록 돼 있는 전기통신사업법을 어겼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방통위는 지난달 23일 KT의 2G 서비스 폐지를 승인하고 8일 0시부터 2G망 철거 작업을 하도록 했다.

◆4G 서비스 일정 불투명

2G 서비스 폐지를 일정대로 진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KT의 4G 서비스 일정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KT는 당초 1.8㎓ 주파수 대역에서 2G 서비스를 종료한 뒤 4G 이동통신 LTE 서비스를 할 계획이었지만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4G 서비스 실시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 같은 주파수 대역에서 다른 통신 서비스를 할 경우 신호 혼선 등으로 정상적인 서비스가 힘들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4G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KT의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이미 올 10월부터 본격 서비스를 시작, 각각 4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모은 상태다.

추가적인 비용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2G 잔존 가입자를 설득하는 작업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KT가 2G 가입자의 서비스 종료를 위해 4분기에만 800억원의 돈을 쓸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앞으로 KT의 2G 종료 비용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향후 4G 서비스 개시 및 2G 서비스 종료 일정과 관련한 방안을 마련해 따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4분기 실적 악화 불가피

KT의 3분기 매출(본사 기준)은 4조7050억원으로 2분기에 비해 11.7%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에 비해서도 4040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도 2분기에 비해 23.4%, 작년 3분기보다는 14.0% 감소했다. SK텔레콤의 경우 9월부터 요금 인하를 시작했지만 매출이 줄지 않은 반면 KT는 요금 인하를 반영하기도 전에 매출이 급감했다. 증권가에서는 기본료 인하를 반영하는 4분기에는 실적이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본료 1000원 인하 및 SMS(문자메시지) 50건 무료 제공에 따른 매출 감소액은 분기당 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LTE 부문에서 경쟁사에 뒤처져 있는 것도 실적에 마이너스 요인이다. 경쟁사들을 쫓아가기 위해 마케팅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영업이익이 3분기보다 25.8% 감소하는 등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임원기/이고운 기자 wonkis@hankyung.com